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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철학에 관한 많은 책을 시도했으나 이 책만큼 같은 속도로 끝까지 읽어낸 적은 거의 없었다. 소피의 세계 다음으로 이 기차를 타시라. 탐나던 굿즈를 손에 쥐고, 결국은 기차에 올라 창 밖의 풍경이 열 네번이나 달라지는데 나는 매번 진지해져만 갔다. 마지막 장에선 부모님과 통화한 직후에 읽고선 더욱. 전반적으로 즐거웠다. 에피쿠로스가 정말 내 스타일이라면서 무릎을 쳤다고 생각했는데, 책장을 처음부터 넘기며 밑줄친 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마음에 들던 구석이 다들 하나는 넘고도 남는다. 구성과 이해를 돕는 설명, 전달이 그렇게 되었다는 걸 증명하는 번역 모두 좋았가. 2주동안 집중하고 (관심을 두고) 꼬박 꼬박 읽었는데, 김영하 북클럽에 참여하고 싶기도 좀 더 느리게 볼까 싶기도 했다. 철학은 어려운 존재인데, ..
필경사 바틀비 암울한 소설이나, 끝까지 읽은데다 심지어 바틀비를 기억도 하게 생겼다. 우리가 즐겨듣는 라디오 ebs 북카페의 월요일 코너에서 마침 최민석 작가님이 선정해 들고 나온 책. 반가운 아이는 문자를 보내라 재촉했고, 그 문자는 소개가 되었다 ㅎ 책을 읽고 이야기에 물드는 시간도 물론 소중한데, 책 덕분에 일어나는 여러 일들은 나와 아이, 나와 너의 공통의 경험이 되며 더 신난다. 이 또한 내게는 책이 주는 즐거움.
오늘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과거와 현재를 나눠가진 여자와 남자, 남자와 여자의 두 사람만이 (두 사람이니까) 알 수 있는 필연적인 사정을 보는 것이 좋았다. 거의 예상대로 살아지고,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날이 더 많지만 침대로 들어갔을 때 막상 그 날이 밤을 따라 흩어진다 생각이 들면 아까운 마음에 감사노트에 적을 문장을 부랴부랴 늘이고만다. 그런 마음을 모아 놓은 소설이 아닌가. 작가들은 사람들의 감정 위를 살얼음처럼 살피며 걷는 가보다. 물론 조심스럽게, 하지만 발을 디딜 수 있을만한 꼭 필요한 자리를 놓치는 법이 없다. 아는 척을 해도 좋을, 아니 꼭 기억해두어야 할 자리를 놓치는 법이 없다. 근사한 사람들이다.
참담한 빛 왜일까 제목을 알면서도 내내 찬란한 빛이라 생각하며 읽었다. 이 소설집 다시 읽는다면 분명 다르게 읽힐 것 같아 부러 여운을 남겨두고 싶을만큼. 도 읽어 보았는데 읽는 동안의 나는 그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탄다. 나는 그 불빛이 무서워 눈을 꼭 감았다. 어둠보다 무서운 것은 그 무럽, 빛이었으니까. 로베르를 보낸 뒤 처음으로 ㅇ루었어요. 아이처럼. 호숫가의 한가운데, 희미한 빛의 한복판에서요. 언젠가 자신에게도 삶이 우호적이었던 때가 있었다. 꿈을 꾸는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던 달콤한 날들도 분명 존재했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자라면서 수없이 많은 장래 희망을 적어보았지만, 과학자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어렸을 때는 물리 때문이었고, 더 어렸을 때는 아인슈타인 우유에 그려진 대표 과학자의 헤어스타일 때문인 듯 한데… 세상에 무해한 별종이거나 얼마나 어려운 공부를 하는지 알아듣게 설명하기도 힘겹지만 그조차 상관할 틈이 없는 머리가 엄청 좋은 이들. 지구의 가장 깊은 곳이나 멀고먼 우주의 한 점, 눈에 보이지 않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아야 겨우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비슷 비슷하게 꿈틀대는 것들, 역시 맨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식과 논리로 분명 여기 있기도 없기도 한 것들에 관여하는 이들. 과학자도 사람!. 이 책을 읽고는 당연한 그 얘기가 처음으로 와 닿는다. 그리고 어쩜 내겐 멀기만 했던 그 장래 희망은 미지의 세계에 있..
이만큼 가까이 인간의 삶은 성장으로 채워진다. 성장의 방향이 꼭 위로, 앞으로, 오른쪽으로 향한다는 믿음에만 갇혀있지 않으면 어떻게든 자라난다는 사실은 신비로움이다. 결국 살아진다. 디테일이 근사하지만 쓸데없는 상상을 하는 일은 이런 삶에 꽤 도움이 된다는 걸, 노트에도 옮겨적고 여기에도 써둔다. 작가의 다른 장편들에 비해 초반에 좀처럼 책장을 넘기기 쉽지 않던 이유에 대해 생각 중이다. 실은 두 번째 시도만에 읽은 셈이니. (하지만 이것은 개인적인 미스테리. 소설은 재미있으며 정세랑 만세의 강도는 커지고 세지고 깊어만간다는!) 예고 없이 사라지는 사랑은 한 줄 한 줄 따라가는 내 손끝마저 절뚝거리게 만든다. 늘 진심으로 아프다. 버스에 탄 친구들의 표정과 시선이 저마다이고 어느 자리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 굳이 확인하..
명랑한 은둔자 책 제목을 보고 아이가 말했다 어디 숨어 있는게 즐거운 사람인가봐요. 아이의 말이 여러번 떠올랐다. 그 말보다 멋진 한줄평이 떠오르지 않네. 여러모로 마음에 쏙 드는 책인데, 사랑스러운 표지는 보고 또 보아도 최고시다! 그림, 제목과 작가 번역가의 이름이 적인 모양새까지 내 눈엔 한 편의 작품. 물론 글도 그렇다. 아름다운 글은 필자의 솔직함에서 시작된다. 선을 넘나드는 유머와 잘 쓰는 기술을 통과해 단단한 구조로 믿음을 주고, 특유의 통찰을 가감없이 보여 결국 독자-나- 자신이 스스로의 세계를 반대로 비추게 만든다. 전체를 하나로 모으고 잘 어울리게 다듬어내는 타고난 감각은 필자가 자기글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구나 느껴질 때 완전을 향하는 듯하다. 아름다운 글의 여정. 한 편 한 편, 긴 호흡으로 몰입..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책방은 좋지만 책방 할아버지의 말이라면, 시작도 하기전에 길어질까 걱정이 앞서고. 심지어 배경은 요양원. 하지만 제목에서 책이니 책방이니 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레구아르는 책방 주인 출신의 할아버지를 만나 그 일을 시작하고, 이젠 책을 고를 줄 아는 사람이 된다. 우정은 경험을 공유하고 그로인한 감정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이들에게서 피어난다. 그래, 나이 그건 그냥 태어났으니까 따라붙는 것. 어떤 부모여야 할까에서, 어떤 어른이어야 하는지로 고민은 넘나든다. 이번에 깨달은 답을 하나 적어두자면. 말은 가능한 적게 하되, 어쩌다 하는 한 마디는‘멋지’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는 것! 읽은 책에서 인용을 하든, 그를 바탕으로 이미 멋진 문장을 낳든 어른다운 말은 멋져야 하는 것이다. 만들어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