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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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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책 갈무리 즐겁게 읽었고덕분에 지났다. 활동으로 한 달에 한 편, 신간 소설을 만났고 미션 의무가 생겨 재미 너머의 독서를 경험했다. 정색하고 서평을 쓰고 싶어지네. 이제야 읽은 한강 소설 두 권 참 좋았다. 한강, 클레어 키건, 카를로 로벨리, 이꽃님, 문지혁 작가의 책은 두 권씩 읽었는데 모두 그럴 만 했다. 의리와 기대, 약속의 마음으로 읽어낸 어슐러 르귄이나 한정원, 임경선의 책도 있다. 작가를 읽기보다 책을 읽으려 하는데 작가와 뗄 수 없기도 하지. 책을 읽는 건온전한 나만의 시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내가 사랑하는 책을 타고 나가 나의 세계가 확장되길, 사랑스러운 문장을 만나 나의 세계가 다채로와지길 소망한다.
진은숙과의 대화 책의 마지막에 실린 연보와 작품목록이 길다. 나는 진은숙 작곡가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는데...현대 미술은 일부러 찾아다니며 보았음에도, 현대 음악에 관해서는 애초에 그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다섯 개의 문. 다른 관점을 가진 인터뷰어를 지나며 조금씩 열리는 문 틈으로 작곡가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그가 세운 견고한 음악의 세계, 진은숙 작곡가 자신의 세계를 본다. 경험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인물이다.익숙해지지 않는 말투, 너무나 단단한 정신. 빠져들기 쉽지 않은, 하지만 책장을 덮을 수는 없는 작곡의 세계, 창작의 과정을 경험한다. 그의 위대한 업적은 타인의 이해나 공감을 우선하기보다 내밀한 몰입과 창작 그 자체를 사랑하는 중에 낳고 쌓인 것이 아닐까. 잊지못할 예술가의..
아티스트 웨이 9월 23일에 시작해, 여행 주간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한 장씩 차례로 읽어나갔다. 예전에 한 번 시도한 적이 있고 그 때는 모닝페이지나 아티스트 데이트 같은 미션 실행 없이 리딩만 했던터라, 9주차 정도까지 읽다가 멈추었다. 하지만, 책에 대한 인상이 좋게 남아 꼭 이 책으로 모닝페이지를 훈련하며 다시 읽고 싶었는데 그 사이 절판에, 출판사를 옮기고, 개정판이 나오는 바람에 예전의 책을 어렵게 구했고, 12주간 읽기 위해 대출 도서를 스캐닝해 패드로 읽었다. 책이 해결되기 한 주 전에 모닝페이지를 시작했고, 3개월간 평일 오전에 꾸준히 기록하다보니 루틴이 되었다.아티스트 데이트를 스스로에게 권하다보니, 외출을 하게 되고, 브런치 에 대한 구상이 구체화 되었고.내 안에 창조성이 있을까? 라는 질문은 더이..
58. 거기서부터 겨울 바다가 다가온다. 힘차게, 더 가까이 밀려온다. 파고가 가장 높아진 순간 하얗게 부서진다.__ 하얗게 이는 파도를 보고 있노라면분명 있다가 사라지는 그 하얀 물결을 쫓노라면지나간 어느때로 밀려갔다가지금 여기로 돌아온다. 흰 책장이 한 장 한 장 넘어가며 가슴속에 쌓이는 뭉치가 있었다.작가의 말에 이르러서야 풍선의 바람이 빠지듯 쉭 하고 꺼져버렸다. 누군가를 향한 글은누구에게나 도달할 수 있음이다.
소년이 온다 30. 걱정 마요, 며칠만 일 거들다가 들어갈게요. 정대 찾아서.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너는 상무관으로 뛰어들어갔다. __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관련 일정 중에 지역 도서관 방문이 있었다. 매년, 그 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을 읽은 어린 학생들이 그 도서관에 모여 작가와의 시간을 갖는모양이다. 일정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인터뷰를 보고 도서관 일정 영상을 찾아보았다. 내내 차분한 표정이던 한강 작가는 연신 웃으며 학생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학생이 작가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인간에 대해 알 수 있었다는 감상을 전했다. 열 두살이었을까. 그들의 분위기가 부러웠고, 진지한 어린 독자의 평을 듣고 있으니 책으로 갈 수 있는 세계에 대한 기대가 증폭되고, 신뢰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
태도에 관하여 183. 그것들이 하나의 확고한 루틴으로 일상에 안착하게 된 것은 내가 그것들을 어느 시점부터 내 인생에 ‘제대로’ 들이기로 선택했기 때문인 것 같다. __ 올해는 유난히 피가 마를 것 같은 시간이 많았는데 그러는 중에도 일상에 새로운 일들이 들어섰다. 이미 자리를 잡아 아침 루틴이 된 일이 있고자꾸만 생각이 나는 걸 보니, 곧 그렇게 될만한 것도 있다.새로운 일이라하면 시도 자체의, 도전 자체의 의미 덕분에 진취적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뽐내지만, 나의 새로운 루틴은 궁지에 몰린 발악에서 피어난 것들이다. 나 자신을 소중히 하라며, 내 눈으로 지켜보자고 시작했기에. 그래서인지 다섯가지 태도 중 ‘성실함’을 오래 길게 읽는다. 이번에는.초판을 읽을 때는 다섯 가지 태도를 담은 단어가 새삼스러웠고, 감각하며..
우리는 운동은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166. 나는 당신의 고유한 경험을 이해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언어의 장벽이 없기를 바란다. 통역 따위의 번거로움 없이, 당신의 몸이 가진 맥락과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맥락을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당신의 몸이 가진 역사를 잘 알아차릴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가 언제나 같은 언어를 썼던 것처럼, 당신도 모르는 새에 번역을 마쳐 두고 싶다. __ 센터를 찾는 선생님들(회원) 보다 언제나 한 발 앞에 마음을 두는 선생님. 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서기까지가 가장 힘든 허들이라는 걸 알아주는 선생님. 그는 먼저 이해하려 하고, 먼저 읽어내려 노력한다. 마음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겐 후해질 수밖에. 나 역시 세이프짐으로 달려가고 싶은 것이다. 이런 트레이너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비..
생활체육과 시 127. 오늘은 그들이 동쪽으로 어느 만큼 갈 수 있었을지를 생각하는 날입니다 너무 멀리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문득 서쪽으로 가진 않았을까를 걱정하는 날입니다 무리 중 누군가 손을 번쩍 들어 아래쪽으로 내려가보자 제안했다고 생각하는 날입니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__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책 속에 저 먼 하늘의 구름을 뚫고 나아갈만큼의 커다란 포물선 크기만큼이나 커다란 이야기들이 담겼다. 그 중 하나. 시인의 글은 일단 며칠 아껴두었다가적당한 밤에 침대에 모로 누워 읽다 그대로 잠들고 싶다.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꼭 한 번은 자세를 바꾸게 되고, 그러다 기어이 몸을 일으키게 된다. 그럴 때면 잠이 달아나니 서운하기보다잠은 다시 올 것이라는 태연한 태도를 가진 사람처럼 굴게 된다. 그런 나를 깨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