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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미래는 과거의 결과이다. 과거는 돌릴 수 없으므로, 미래의 일부는 이미 절망이다. 하지만 과거가 남긴 후회 자체에 빠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선택은, 새 과거가 된다. ‘감옥은 장소가 아니라 관점이다.’ 죽음을 면하고서야 삶을 깨우는 아이러니는 상투적이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 노라의 선택이 주는 용기와 희망이 뭉클함을 주는 이유는 다양한 삶 하나 하나를 함께 지나며, 그렇다면 지금의 이 삶에서도 살아볼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슬픔과 아쉬움의 총량은 어느 삶에서나 불변일테지. 삶에 대한 일반화는 우주인을 고려하지 않은 가벼운 말이 아닐까 망설이곤 했는데, 그렇지, 사는게 결굴 그렇지, 하며 받는 위로가 있었다. 나의 이 있다면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두꺼운 분량을 ..
지구 끝의 온실 역사를 공부하면서 반복되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갈 지혜를 구하는 것이라 배웠다. SF 소설을 읽으면 미래를 상상하며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짐하게 된다. 나는 역사보다는 소설이 와닿는다. 퍼져나가는 식물이 나는 좀 무서웠지만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시켜 줌으로, 살아있음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세계가 있었다. 그런 것이라면 동물이 아닌 식물이어서 다행이기도 했다. 나오미와 아마라 중 누가 언니이고 동생인지 자꾸 헤갈리는 바람에 멈칫 거렸는데, 이야기 진행에 전혀 상관없던 일. 가끔 이렇게 이상한데 걸려서 미로 속에서 책을 읽는다. 학생 때 싱가포르와 조호바루로 아웃리치를 다녀온 적이 있다. 바다가 멀지 않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에, 처음보는 나무가 널렸던 곳. 낯선 장소가 아니었다, 지구 끝..
하나를 비우니 모든게 달라졌다 때론 수십권의 책을 읽어도 그 안에 답이 들어있지 않음을. 이런 책들을 자꾸 찾아 읽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 잘 하고 싶은 마음때문이겠는데 막상 읽고나면 잘 하고 있음을 확인하고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비움과 정리, 절약과 자유에 관한 반복되는 질문에 나의 답을 꺼낼 때. 그들의 명쾌함은 자신만의 답을 찾았기 때문임을.
살림 비용 24. 나는 지난날의 복원을 바라지 않았다. 내겐 전혀 새로운 구성이 필요했다 이 문장 하나로 나는 이 책 한권을 다 읽은 것처럼 충만해졌다. 책을 읽음으로 얻는 많은 이로움 중 하나는 우연히 만나는 문장들을 통해 나도 모르는 내 삶의 어느 때에, 나의 현재와 내가 원하는 바에 대한 자각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자각과 각성이 반드시 성취와 보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해도, 문장이 들어와 꽂히며 내 안의 어느 부분은 이해를 받고 어떤 시간은 위로를 받는다. 작가는 이혼 후, 결혼 생활을 끝냈다. 이혼 후의 삶은 끊임없이 이미 끝난 시간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만든다. 작가의 성찰과 서러움에서 부화한 문장 사이로 나는 낡은 동전 냄새를 품은 런던을 상상해본다. 강하지만 거칠지 않은 문장들이 삶의 불안을 누르고 ..
달러구트 꿈 백화점2 본격적인 꿈 에피소드가 등장하기 전까지 시간이 너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지만 어느샌가 책이 끝나는 아쉬움 때문에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1권도 그랬는데. 작가의 머릿속에는 이미 이 세계가 완벽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믿을 수 있다. 믿쑵니다!! 다음, 그 다음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기차를 타고 달려 도착한 새로운 장소들로 배경이 확장되고, 은밀한 의도를 실천한 산타는 고정된 역할에서 통쾌하게 비뚤어진다. 페니가 내 놓는 방법은 언제나 빠져있던 시간들의 대가이고 몰입한 사람의 에너지는 역시나 모두에게 이롭다. 막심에게 건넨 선물이 드림캐쳐라니, 이 이야기들은 앞으로도 더 먼 밤하늘을 날겠구나 짐작한다. 등장인물의 꿈이 (마음이) 두 손에 가만히 담긴 듯 소중하게 다뤄지니, 읽는 동안 내 마음..
생일 꽃향기가 거실에 가득하고, 첫 주말엔 바다도 보고, 먹고 싶던 음식도 먹고, 축하도 받고 선물도 받고 그러면서 생일을 보냈다. 사실은 넘치는 생일 주간. 그럼에도 생일이 다가오니, 당일만큼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 내가 바라는 일이라는 게 점점 더 강하게……. 느껴졌다. 어제 자기 전에 잠깐 생각해보니 이십대의 어느 생일에 화려했던 생일 파티를 하고 그 때 이미 충분하다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이후에 수술을 하고 정지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잘못된 인과로 기억에 묶여 남은 바람에 더이상 소리가 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생각하지만, 평범한 하루는 내가 나에게 해주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할 거 다 하면서 정작 당일만?! ㅋ 좋아하는 원피스를 입고 나가 가..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기대 이상의 여운이다. 커피를 내리고, 자몽 들어간 블랙티를 우려내는 동안만 손에서 내려놓았다. 수많은 지점을 잘 받아들이고 싶어 포스트 잇을 천천히 거두며 문장들을 묵힌다. 어떤 사람으로 살까에 대한 고민은 사는 일이 멈출때까지 끝나지 않겠지. 이런 저런 책들을 스치다보니 용기가 스러질 때 이런 책을 우연히 만나 디딤돌 삼는 행운을 얻는다. 그러기로 했다. 시도는 인스타부터. 목차부터 이미 훌륭한 가이드.
내게 무해한 사람 폐를 끼치는 삶이고 싶지 않다. 때문에 아이를 혼내게 되고 종종 외롭다. 그런데 가끔 내가 해를 입은 때를 돌아보면 가해자의 의도가 늘 악했던 것이 아니었고 뒤늦게라도 저마다의 이유를 이해하고 말았다. 그래봤자 나의 외로움은 여전했다. 나 역시 어디에선가 그런 의도 없는 그런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래보다 공무보다 나비에게 자꾸 마음이 간다. 제법 무딘 나같은 사람의 생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조금만 늦게 태어났으면 나았을까 소녀를 생각하니 안타까움에 애가 탄다. 단편 하나하나를 읽는 동안은 괜찮았는데, 이야기를 하나씩 접고 돌아설 때면 속이 상했다. 그런 날 밤에는 아빠가 나오는 꿈을 버겁게 꾸기도 했다. 살면서 늘 웃기를 바랄수 없지 웃는 일도 그저 사는 중 하나일뿐이니까 작가는 해야 했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