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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201. 다시 읽어보지도 않고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다시 읽으면 또 발견될 게 뻔한 오타와 비문을 걱정하기보다 일초라도 빨리 그 사람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간절함이 묻은 편지가 있다. 다시 읽어보지도 않고 보내기 버튼을 누르는 심정을 나는, 안다. 긴장하지 않고 느슨하게 읽어 내려가다, 이 즈음부터 속도를 내게 되었다. 한눈에 끌리는 무엇인가를 감지하거나, 모른척하던 마음(내 마음이든 상대의 마음이든)을 있는 그대로 감각하는 일은 대단한 발견으로부터 시작되기보다 용기있고 솔직하게 인정함으로 비롯되는 것이다. 살아갈수록 그토록 필요한 순간인데도, 오늘의 책임 혹은 이미 길들여진 일과 뒤에 숨느라 드문 사건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게 아닐까. 다른 사람도 아닌 문장을 바로잡는 이가 퇴고를 포기하고 보낸, 이 ..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6. … 이것은 마치 잠자고 있는 사람 위로 등불을 가져가면 그 사람이 불빛 때문에 기지개를 켜거나 돌아눕지만 눈을 뜨지 않는 것과 같다. ____ 아마도 잠든 모습’도‘ 보고 싶었던 것이지 깨우려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므로. 뒤척이는 몸짓에 닿지 않으려 재빨리 움직이는 팔 그림자가 창 밖으로 길게 늘어났을 것이다. ____ 시의 일부는 언제나 나의 삶에도 걸쳐있다. 그냥 시집이 아니라 시선집. 드로잉들은 어찌보면 우스꽝스럽지만 그린 이가 카프카인 덕분에 어엿한 작품인 것이다. 그는 이 끄적인듯, 흘린듯한 그림들이 ‘카프카의 드로잉’ 으로 불리며 책으로 태어날 것을 계획 아니 예상이나 했을까. 나중에 (혹은 죽고 난 후에 ) 어떤 인물로 남을지 모르니 스스로가 약간이라도 비범하다 싶을 때 뭐라도 끄적여 놓..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독서노트중에서.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성장이다. 성장을 위해 매일매일 노력한다면 우리는 매일매일 자랄 수 있다. … 그러니 딱 한 번만 더 해보자, 하는 성장의 말을 매일매일 반복하자. 할 수 있을 때 실컷 반복하자. 우리가 우리에게 매일매일 기회를 주자. 우리가 우리에게 매일매일 용기를 주자. ___   가르치는 분야의 실력, 공부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 확립해낸 자신만의 철학, 배움을 청한 대상을 나이에 상관없이 인격적으로 인정하는 인성,누구보다 부족하지 않을 그 일에 대한 사랑.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그 배움이 뻗어나가 누군가의 인생에 씨앗이 되려면둘 셋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넷을 다 갖추려 마지막까지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많은 세상이지만선생으로서 겪는 즐거움과 고단함은 쉽게 식..
애도일기 1978.7.9. 이미 일어났었던 일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더 분명한 사실은 : 즉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일에 대한 두려움. 다름 아닌 이 두 사실이 궁극적으로 끝나버린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다 __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기록된 애도의 문장. 두려움은 제 몸을 먹으며 더 큰 두려움으로 번져간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지나간 일에 대해서도,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두려워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겪어야 하는 두려움의 총량이 있기도 할테지만 궁극적으로 약해지지 않을 힘을 구한다. 간절한 기도로. 정복하려기보다 전부가 아님을 몸으로 깨닫길 바란다. __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삶을 갈무리 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발걸음이다. 무뎌지는 죽음은 있을지 몰라도 애도..
다 하지 못한 말 당신이 말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임의로 빈칸을 채워 넣어야겠다 싶었어 ___ 사랑은 공평하지 않아 사람은 변덕스러우니까. 그럼에도 변함없다. 지는 편 힘겨운 쪽 그 자리가 차라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은. 오랜만에 이별을 앓는 소설을 읽었다 짧고 강렬한 사랑의 반사. ___ 소설은 진해지고 작가님은 순해지는 것 같다. 여전한 응원과 사랑을 보냅니다.
만질 수 있는 생각 118. 단풍 물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고,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모두 가 볼 수는 없다. __ 갈래길이 펼쳐지는 장면은 흐린 날, 차가운 아스팔트 혹은 짙은 비포장 흙바닥의 황량한 이미지였다. 어느쪽을 선택해도 편하지 않을 것 같으며 두려운. 갈래길의 가운데 서서 몸을 돌려 세우는 일을 미루느라 그 황량한 장면이 더 길게 남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숲 속의 갈래길도 겁나는 구석이 없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나무가 있고. 그 나무 중에는 고대어를 하는 뿌리 깊은 이도 있을 것이므로, 이제 나의 갈래길은 숲 속으로 내어야겠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고 몸은 하나이지만 가지 못한 길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즐겁게. __ 아름다운 작품의 탄생기를 듣는 일은 언제나 즐겁지! 아이들을 위하는..
사라진 것들 62. “왜냐면,” 마야는 돌아서서 부엌에서 나가며 말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라서야.” ___ 한 편 한 편 은근한 매력이 좋았지만, 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다시 안 볼지도 모르는 연인에게 제일 좋아하는 그림을 남기는 식의 다소 어이없는 상황들, 상관없는 독자의 시선에서 뭐지?! 혹은 왜지?! 하는 설정들, 그래야 했나 싶은 순간들이 이상하게도 응 아니야를 외치면서도 등을 반쯤 돌린채 그럴만하지 생각되곤 했다. 어릴 때 나도, 헤어지자는 말을 하러 나간 날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던 아이템인 조끼를 건네던,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나가 쇼핑을 하고 포장을 해서 입으라고 내밀었다. 그리고 그만 만나자고. 그는 어이없어 했지만 그것까지 하고 싶었던 ..
리추얼 7. 재미있어야 내 인생이고, 의미있어야 지속가능하다. ___ 작은 일의 반복이 일상에 의미를 더한다면 그리고 그 의미가 나에게 ‘의미’있다면 누가 뭐래도 리추얼이다. 작은 일을 기다리고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은 반복적으로 행복할 수 있다. 나는 소소한 행복 추구위원회의 멤버로서 책의 유명세를 빌어 우리 위원회의 회원이 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중이다.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유명인들, 그들 사이에 있으니 몰라도 알 것 같은 이들의 긴 시간을 채운 리추얼들은 결국 한 사람을 살게한 반복된 일상이다. 행복까지는 각자의 몫이나, 그들 역시 마지막엔 자신의 의미 있는 일상에 ‘감사’하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인생을 선택하고 의미있는 삶이 되도록 성실을 다하면 무지 멋있는 사람이 되고마는 것이다. ___ 어느 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