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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그림자 그림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문장들을 그러모으는 즐거움. 가늠끈이 가운데 어디쯤 걸린 책이 십 년 만에 눈에 띄었는데 마치 과거의 내가 십 년 뒤를 위해 잘 아껴둔 것 같았다. (한 번에 읽기 아까운 책들을 다 읽지 않고 남겨두는, 나만 아는 흔적이 남아 있었어…) 그런데 또 난생 처음 뵙는 이처럼, 때마침 봄이 오고 있어 새로운 기분으로 5월 내내 읽었다. 언젠가 우연히 꺼내 들어 초판일을 거슬러 올라가며 또 십 년이 지났구나 하게되면 멋질 것 같다.
긴긴밤 밤을 함께 보내는 건 낭만적이야. 밤은 어둡지만 별이 있기에 함께 보낸 사이라면 자연스럽게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 어두운 시간과 적막을 통과하며 마음을 나눠지고, 반짝이는 순간의 위로는 꿈이 아니었음을 서로에게 증명하면서. 노든과 밤을 보낸 앙가부, 치쿠, 윔보의 이름과 ‘나’를 기억한다. 책을 처음 만나, 제목을 보며 어떤 내용일지 상상하고 표지를 쓸며 부러 꾸며 짐작하기를 마음껏 즐기지만 그럼에도 시작하기도 전에 어떤 선입견에도 갇히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이 말은 해야겠다. 내가 읽은 이 이야기가 어린이문학상 타이틀을 단 책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물론, 놀란 이유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그저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를 생각하면, 너는 열 한 살에 이런 이야기를 읽게 되는구나 하며 부러운 마음이 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나이가 많건 적건 나이가 적지 않은 남자이건 아니건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건 잘 사는 일에 관심도 없건. 아무튼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을 책장을 따라 넘어가며 바라보고 섰다. 문득, 다양하다는 표현을 그동안 내가 제대로 사용한 걸까 돌아본다. 어떤 일을 바로 잡느라 말이 길어질 때면 늘 등장하던 단어. 화려하거나 소박하기보다 다른게 당연하지 하고 말하기보다 다양하다는 건 그저 끝이 없음이 아닐까… 한다. 내 주변을 스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공기를 만들어낸다. 그대로 떠가기도, 이해하려 의도하지 않았으나 나를 그의 마음 아래에 서게 만들기도 한다. 각자의 삶을 살면서도 연이어 관계를 맺고, 그 관계의 끝을 다 알고 있는 듯한 얼굴로 살아간다. 여러번 멈추어 그들의 자리에 서게 된다. 평생 잊지 못할 ..
복자에게 김금희 작가의 책을 연달아 읽었다. 아이와 도서관을 다녀왔고, 책을 한 짐 쌓아두고 각자의 음료와 달달한 것들을 앞에두고 앉아서였을까. 복자를 만나 걸으며 섬에 스미는 영초롱의 시간이, 소녀들에게 일어난 그 시간이 낯설지만 진작에 정해진 운명처럼 설렜기 때문일까. 소설 일기의 기점인 50쪽까지 내리달리게 되었고, 울리는 타이머를 모른척 넘겼다. 편지가 주는 애틋함을 사랑해. 소설에 등장하는 편지들은 한결같이 그 애틋함을 키운다. 가끔 … 이렇게 세상을 몰라서야, 하며 나는 준비가 덜 된 어른이라 생각하곤 한다. 사람이 180도 바뀌지 않고서야 앞으로도 그런 준비는 착착 이뤄지기 어렵겠지. 관심. 편지가 부쳐지지 않더라도 쓰일 수는 있는 것이니.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단편집, 소설집 말고 ‘짧은 소설’이라고 적혀 있다. 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데 그만의 결이 느껴진다. 마음에 들어. 연이은 요즘 사람들 이야기 중에서 가장 무리없이 다가온, 계속 궁금한 삶이다. 마침표를 확인한 뒤에야 끝이 아니라는 걸 더욱 실감하게되는 짧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이었다.
아들과의 대화법 어느날 어느 저녁 아이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이 상했다. 꾹 참았다가 늦은밤 침대에 누울 시간이 되어서야 눈물이 터진 날이 있었는데, 그 날이 새고 낮에 온 그이의 문자.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책을 담아두었는데 몇 권 골라서 같이(?) 읽자고. 그 중 한 권이다. 훗. 정답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그리로 가는 내가 모르는 길을 배우는 심정으로 주문. 그런데, 음..... 나는 이미 잘하고 있는데?! 큭. 독후 분위기가 자존감 상승으로 귀결되고 있다. 눈에 쏙 들어오는 관계의 5단계는 (모든) 관계를 심플하게 바라보게 해주었고, 아들의 연애에 대한 가이드는 명심하기로 했다. 존중파티는 여전히 잘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여러번 반복해 들어서인지 지난번 보다는 익숙하게 느껴지고. 아이를 보며 ‘어느새 이..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작가의 이름을 기억. 잘 쓰는 작가들이 어쩜 이리 내 주변에 자꾸 등장함?! 조해진 작가와 함께 올해의 발견이어라. 소설들의 주인공은 이상한 사람들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고. 왜 이렇게까지 할까 싶으면서도 나는 너무나 공감을 하며 따라 가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시대를 담기에 필요에 의해 과거를 조사(?)할 때 혹, 낯선 나라의 지난 세계를 알아볼 때 그만한 것이 없다 생각하곤 했는데. 이 책은 대한민국의 지금, 특히 젊은자들( 으, 젊은이, 이 단어를 이렇게 남 얘기처럼 쓰는 거 무지 피하고 싶은데 내 삶과는 조금 빗겨있는 기분이 들었으니... 꼭 나이때문 아닐거야.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아서 였을지도. 무튼.) 의 하루 하루가 너무나 잘 그려진 소설이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나면 누군가에게 꼭 필..
아무튼, 문구 나의 어느 시절에 나도 그랬는데... 하면서 읽게 되는 문장들. 과거의 나는 그즈음 어딘가에서 멈추었고 김규림 작가는 큰소리로 웃으며 헤치고 나아갔다. 더 나아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법의 문장들이 현실로 등장한 책이랄까. 대리만족이 엄청났으며, 언급된 문구의 상당수가 손 닿는 거리에 있어서 내심 뿌듯했고. 즐거웠다! 덕분에 이름을 몰라 헤매이던 바로 그, 비망노트를 70권 주문할 수 있었고, 누군가에게 새로운 선물도 하게되었다. 이번 주말엔 큰 상자에 담아두었던 지난 다이어리들을 꺼내 눈에 보이는 곳에 둘 예정이다. 내가 사랑하는 일, 내가 즐겁게 하는 일을 과거 어느 때의 흔적이 아니라 현재의 액션으로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쨌든 문구를 찾아 헤매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에게 이거다 싶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