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552) 썸네일형 리스트형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새롭거나 깊거나. 이 두가지를 만족시키는 책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들과는 결이,차원이 다르다. 작가의 이력이 다른 방식, 다른 출발을 만들었겠지. 동물대백과 한 켠에 있겠거니 했던 생명체들이 익숙하지만 낯선 모습으로 등장한다. 비스코비츠는 그리고 리우바는 매번 다른 종이지만 늘 직전에 읽은 이야기의 그 주인공같기도 하다. 살아있는 그들이고, 그 생기에 소름이 끼친다. 소설인지 과학서인지. 어느 문장은 나를, 아님 내가 아는 그 사람을 설명하는 것 같기도. 새로운 경험이다. 가볍게 보자면 재미있고. 2일에 온 책 알라딘 중고서점. 우리 둘 다 이곳이 제법 익숙하다. 보물 찾기 세 권 하고 다른 책도 좀 꺼내 읽다 왔다. 규모가 작은 서점 안의 오픈 카페. 중고서점의 매력은 서가를 걷다가 지나간 시간 속에 놓친 책들을 발견하는 데 있다. 원하는 책은 오히려 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서가를 걷는 동안, 책들의 제목을 읽을 시간과 그 제목으로 이야기를 떠올릴 잠깐이 필요한데. 물소리 그릇소리 때문에 너무 소란하다. 시끄럽다. 서점이라기 보다 그저 거래소 같은 분위기였다. 처음엔 안 그랬는데. 입구의 굿즈들도 정신없고. 아쉬웠다. 딸에 대하여 김지영을 읽으며 사람 ‘여자’를 보았다면 딸에 대하여를 읽으며 사람 ‘소수자’를 본다. 목 놓아 외치는 사람들의 입장을 읽는다. 주변에 서서 지지를 생각으로만 하는 부족한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기어이 집으로 모셔온 엄마의 마음을 짐작해본다. 딸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읽는다. 소설 속 ‘엄마’의 이야기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 터지면 멈추지 않는 눈물을 흘리는 것만이 가능한 일일까. 모두가 외친다. 내 말 좀 들어보라고.... 그래서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그렇게 소중한 가 보다. 다들 바쁘다. 자신이 가진 말조차 감당하기 버거워서. 사는 게 그런가보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소설이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책을 다 읽고 나면 저 제목을 소리내서 말하게 된다. 말하고 또 말하면서 내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렇게 그 말을 쫓는다. 쫓아 들어간다. 8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이틀도 안 되어 끝냈다. 들고 있기 제법 무거워 제대로 앉아야만 했는데 편안한 자세같은 건 전혀 아쉽지 않았다. 아이는 내가 그 두꺼운 책을 다 읽었다는 걸 믿지 못했다. 정말 대단한 이야기는 그런거란다. 이야기 끝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아직도 이어진다. 본성이란. 악한 마음이란. 선택이란. 가족이 갖는 우선 순위내 위치란. 악한 마음을 담고 사는 삶이란. . . . 다만 올해 이 멋진 소설을 읽었다는 기록을 남긴다. 쇼코의 미소 책 읽다 소리내서 엉엉 울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눈물이 많고 툭하면 울기는 해도 언젠가부터 소리내어 울지는 않았던 것 같다. 슬프고 서러운 문장을 만났기 때문도 아니었다. 몇 번의 울컥거림이 턱까지 차올랐다. 물을 마시고, 자리를 옮기고, 자세를 바꾸고 하며 잘 넘겼다. 여덟살 아이가 한글을 가르치는 즈음이었던 것 같다. 티슈 박스를 들고 들어와 앉은 때가. 내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다. 소유의 할아버지를 보내며 비로소 나는 내 아버지에 대해. 뜨개질한 모자를 선물하던 그녀의 엄마를 보며 나의 엄마에 대해. 이제는 한 번쯤 생각을 해도 되지 않을까, 그래야 하지 않을까 했다. 소설을 통해 그들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나는 이미 나의 부모로부터 한 발 떨어져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들을 향해 적어.. 라틴어 수업 표지에 적힌 글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는 듯하다.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눈으로만 읽기에 아까운 문장들이 너무 많아 펜으로 밑 줄을 그어가며, 작은 소리로 따라가며 읽었다. 따뜻한 선생님, 믿을만한 친구가 다정하고 진지하게 건네는 이야기이다. 마흔이라는 낯선 나이를 지나며 한없이 서럽고, 여전히 불안한 지금의 나. 그런 지금의 나에게 깊은 위로와 울림을 준다.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 엄마는 페미니스트 심장이 쿵쾅쿵쾅! 일상에 힘이 되고 부모 역할에 너무도 충실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소중한 문장들이 여백 많은 백여쪽에 알차게도 담겨있다. 그녀는 이제 나의 작가가 되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애정과 소신. 믿음과 용기가 있는 그녀의 글에 감사한다. _______패드로 옮겨적기 끄읕. 20171026 _______ 책 추천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 잘 하지 않는데 이틀 전, 딸과 아들을 둔 친구에게 권했보았다. 오늘 아침 좋은 책 고맙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너무 기분이 좋다. 생일 날 온 책 선뜻 사지 못했던 책 과감 주문. 장바구니 비우기. 아이 핑계로 예쁜 그림책. 책 사러 마일리지 쌓으며 걷고 또 걷기. 즐거운 생일 행사.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6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