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가는 마음
32. “저기 봐라.” 어머니믜 손끝을 따라 가보니 하늘에 무지개가 있었다. 어린 성규가 울 때면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성규를 달랬다. 저기 봐라, 하고. 어머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늘 근사한 풍경이 있었다. …… 형이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입고 있던 후드티를 벗어 성규에게 입혀주었다. “선물이야. 이만큼 크라고. 쑥쑥 커서 이거 입으라고.” 그날 성규는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시소에 앉아 있었다. 해가 질 때까지. _ 느긋하고 편안한 여덟편의 소설.열 다섯 전후의 청소년, 배구, 만물트럭, 꽈배기, 생일, 할머니, 엄마 그리고 엄마의 부재, 꿈, 사고…… 겹치며 등장하는 소재들 덕분에 떨어져있는 이야기지만 하나의 세계 안에 포근히 든 것 같다. 그 안에서 저마다 다르고, 다르지만 ..
단 한 번의 삶
61. 모든 부모가 언젠가는 아이를 실망시키고, 그 실망은 도둑맞은 신발같은 사소한 사건 때문에도 비롯된다는 것, 그 누구도 그걸 피할 수 없고, 나처럼 어떤 아이는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그 사소한 에피소드를 기억하고, 기억하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이해하면서도 아쉬워한다. / 그렇지만 그게 부모를 증오하거나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언젠가는 누군가를 실망시킨다는 것은 마치 우주의 모든 물체가 중력에 이끌리는 것만큼이나 자명하며, 그걸 받아들인다고 세상이 끝나지도 않는다. __대신하는 문장. 천 개의 강에 비친 천 개의 달이 있다. 천 개까지 아니어도, 열 개의 나라도 찾으려들면부모라는 강부터 건너야 한다. 어린 시절의 나, 내 안의 어린 아이, 부모로 부터 뻗어나온, 부모를 돌아보아야 하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