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575) 썸네일형 리스트형 생활체육과 시 127. 오늘은 그들이 동쪽으로 어느 만큼 갈 수 있었을지를 생각하는 날입니다 너무 멀리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문득 서쪽으로 가진 않았을까를 걱정하는 날입니다 무리 중 누군가 손을 번쩍 들어 아래쪽으로 내려가보자 제안했다고 생각하는 날입니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__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책 속에 저 먼 하늘의 구름을 뚫고 나아갈만큼의 커다란 포물선 크기만큼이나 커다란 이야기들이 담겼다. 그 중 하나. 시인의 글은 일단 며칠 아껴두었다가적당한 밤에 침대에 모로 누워 읽다 그대로 잠들고 싶다.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꼭 한 번은 자세를 바꾸게 되고, 그러다 기어이 몸을 일으키게 된다. 그럴 때면 잠이 달아나니 서운하기보다잠은 다시 올 것이라는 태연한 태도를 가진 사람처럼 굴게 된다. 그런 나를 깨우는,.. 화이트 홀 50. 이러한 생각을 소화하는 일에서 진짜 어려움은 새로운 아이디어 자체가 아니라, 당연해 보이는 오래된 믿음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자연스러운 직관이 옳다고 확신하니까요. 이것이 우리의 배움을 방해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진짜 어려움은 배우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배움에서 벗어나는 데에 있는 것입니다. __ 책상에 올려두었더니 거실 조명을 반사한 표지의 빛이 눈에 꽂혀 눈이 부시다. 독자를 부르는 여러 방법치고는 강렬한데.! 화이트 홀을 볼 수 없겠지만, 블랙홀도 보고나서 빠져든 것은 아니었다. 은유적으로도 사실적으로도. 일상과 거리가 먼 익숙하지 않은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오래된 믿음조차 없는 분야의 이야.. 나주에 대하여 88. 쟤는 좀 신기하다 같은 생각과 등을 맞대고 있는 생각은 결국 쟤가 보기에 나는 어떨까? 였다. __ 여덟편의 소설을 읽는 동안 두 번, 세 번쯤 의식적으로 멈추었다. 창문을 열었고. 그 창문으로 불어들어온 건 그래서 나는? 하는 물음이었다. 사랑은 참 어려운 일이다. 어렵다는 단어의 익숙함이 사랑의 어려움을 쉬워보이게 만드는 것도 같다. 누구를 사랑하는 가에 대한 관심이 사랑 자체의 존재 의미를 흔든다. 이해하는 마음과 그렇구나 하는 반응 사이에 골이 있다. 그럼에도 아는 마음, 닮은 마음을 읽는다. 그런 마음들이 먼저 보인다. 섬세한 어떤 표현들은 있는 그대로였다. 궁궐 걷는 법 73. 이제 왕실의 정원 후원을 걸어보겠습니다. 지금의 궁궐은, 걷고 싶은 장소다. 만개한 봄꽃을 맞으러, 태양을 피할 그늘을 찾아 낙엽을 밟고, 소복히 내려앉는 눈의 소리를 듣고 싶을 때면 생각나는 곳. 앞의 책을 읽고 궁궐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고 싶었는데 마침 그이의 책장에, 게다가 유유의 책. 맵을 열어두고 사진을 찾아가며 읽었지만 역시나 직접 걷고 싶어진다. 비가 내릴 때 눈이 쌓일 때 그래서 찾는 이가 많지 않을 때 조용히 걷고 싶다. 그 자리를 지난 수많은 이들의 흔적을 만날까 하며. 공간을 휘감는 바람은 여전하나 저마다의 시절을 품은 신비로운 장소. 대온실 수리보고서 93. 그 화려한 식물들이 때에 따라 얼고 마르고 죽어가는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투명하게 빛나는 이 유리 온실은 어쩌면 자연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것을 없앨 수 없는 이유도 자명해지는 것이었다. —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여러장이다. 궁의 지도, 온실을 열고 들어서 둘러본 장면, 원서동 골목길 그러다 바다가 보이는 석모도에 다른 대륙으로 이르는 항로까지 그리게 된다. 뼈를 품은 흙의 먼지를 일으켜 들여다보다가, 바다를 품은 길을 멀리서 내려다보게 된다. 책의 끝에 이 소설은 허구이며 이러저러한 일은 사실이 아니라 한다. ‘사실’이라는 단어를 펼쳐두고 발굴한다면 이 소설은 당연히 존재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역사 속 일본인은 적이라 새기며 자랐고, 일본인 이름은 내내 입에 붙지 않아.. 원도 89. 너무 욕심을 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들 그 정도 욕심은 내고 살지 않나. 아닌가. 욕심을 채우면서도 죽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아니다. 모두 죽는다. 하지만 욕심 때문에 죽진 않는다. 아니다 욕심이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아니다 욕심 없이 살아도 죽긴 죽는다. 그 때문에 인생은 비극이다. 비극과 불행은 다르다. 행복하고 싶었다. __ 삶과 죽음은 전후로 연결된 것이 아닌 겹쳐있음이다. 일어나 앉고, 멈추었다 걸으며, 한 번은 살고자 한다. 죽음에서 멀어질 수 없어 죽음을 이고 혼자 남는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원도의 끝을 확인하기까지 나의 감상은 건조한 바람에도 쉽게 날리는 낙엽만큼 말라버렸다. 처연하다.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은 상처만 남은 벼랑 끝에 서고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뿐일 .. 나는, 오늘도 8.버리다 나와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을 결정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만들어가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수단이 된다. __ 비단 사람에서만이 아닐 것이다. 가까이에 둘 것과 멀리 버려둘 것을 결정하는 일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여전한 순수를 지켜내는 어른의 방법이다.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111. 하지만 무지의 이면은 놀라움이고, 나는 놀라움에 능숙하다. __ 앞 뒤의 사연이 따로 있지만 문장만 놓고 보아도, 무지를 인정하는 새로운 발견이 마음에 든다 놀랄 일이 많아 삶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길 바란다. __ Late migrations A Natural History of Love and Loss 사랑과 상실의 자연사. 영어 제목이 이 책을 짐작하기 더 나은 듯 하다. 한글 제목은 어디서 왔을까 내내 궁금했는데, 엘라 피츠제럴드의 노래 가사인 모양이다. 그 문장은 그것대로 슬프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춤을 추는 장면을 담은 노래라면 나라도 평생 못 잊지. 작가의 이름이 맨 아래 위치한 있고 가계도나 ‘외외외’가 붙는 가족이라기엔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구성원들의 존재는 부담이고 무거웠다. .. 이전 1 2 3 4 5 6 7 ··· 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