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이제 왕실의 정원 후원을 걸어보겠습니다.
지금의 궁궐은, 걷고 싶은 장소다.
만개한 봄꽃을 맞으러, 태양을 피할 그늘을 찾아
낙엽을 밟고, 소복히 내려앉는 눈의 소리를 듣고 싶을 때면
생각나는 곳.
앞의 책을 읽고
궁궐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고 싶었는데 마침 그이의 책장에, 게다가 유유의 책.
맵을 열어두고 사진을 찾아가며 읽었지만
역시나
직접 걷고 싶어진다.
비가 내릴 때
눈이 쌓일 때
그래서 찾는 이가 많지 않을 때
조용히 걷고 싶다.
그 자리를 지난 수많은 이들의 흔적을 만날까 하며.
공간을 휘감는 바람은 여전하나
저마다의 시절을 품은 신비로운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