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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결혼 생활 평범하잖아… 라는 말로 나의 삶을 설명하기도 한다. 자랑삼아 떠들 별 일이 없기도, 가끔 스스로가 무료해 심심하고 따분하기도, 큰 굴곡이 없는 일상이 그저 반복되고 있음을 떠올리고는 그런다. 좀 밋밋하기도, 멋짐이 쏙 빠진 듯도 할 때 하는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자랑 끝에 걸린 공허함을 눈치채거나, 몸이 부서지도록 고생하지 않고 밤을 맞거나, 잠자리가 병원이 아닐 때면 그 말은 손에 담기도 조심스럽다. 감사하기만 한 나의 일상들. 평범이 평온의 가까운 말이기를 바란다. 헤쳐갈 길이 평탄하기를 바랄 수 없으니, 함께 겪으며 서로에게 위로를 구하고 기댈 자리를 내어주며 그 덕에 잠시라도 평안할 수 있기를. 그이와 나는 우리가 함께 살아온 삶을 평범했지, 하는데 둘이 소리내어 그 말을 할 때는, 그래서 너..
열다섯 번의 낮 낯선 환경에서야 떠오르는 상념들이 있다. 나를 낯선 곳에 던져 놓으면 비로소 깨어나는 나의 일부가 반갑기도 하고 집순이에게 잦은 일이 아니니 좀 서운하기도 하고 그렇다. 외국에서의 생활, 여행 아닌 타지에서의 먹고 자고 입고 흘려보낸 시간들은 한 사람의 삶에서 큰 자산이다. 외부인으로서의 경계가 점차 현지인의 시선을 닮아갈 즈음, 그럼에도 좁혀지지 않는 간극에 상처받을 즈음, 나고 자란 곳과 다른 세계를 원초적으로 느낄 즈음, 의무와 경조사에서 벗어난 만큼 외로움을 견뎌야 할 즈음, 말이 통하지 않아 가슴이 막히거나 아무말이나 해도 제대로 들을 이 없으니 통쾌할 즈음… 낯선 시공간에서 버틴 대가는 삶의 어느 순간도 살아낼 수 있는 용기로 보답 받는다. 여기선 안되는 걸까. 단조로운 일상에 의미를 찾겠다고..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한글 제목이 찰떡이다😅 극한 감정 노동의 직업 서점 주인. 서점을, 책을 꾸리고 있는 사람의 성정이야 짐작 그대로인 경우가 들어맞을텐데 손님은. 사람들 정말 지겨와.
나, 버지니아 울프 가끔 궁금하다. 예술가들이 살아낸 휘몰아치는 인생이 애초부터 예술가의 몫이었는지, 그런 인생을 산 때문에 마치 대가로 작품을 남기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스스로 광기라 표현한 순간들을 사느라 팔 다리가 침대에 묶였을 때의 절망은 얼마나 깊었을까. 그럼에도 써야만 하는 운명으로 몸이 달아오를 땐 얼마나 환희에 찼을까. 내가 짐작할 수나 있을까.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이들에게 모두의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은 눈감고 보고 어떤 어김은 못 들은체 한다. 그마저도 그들이 죽은 뒤의 일이 되었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읽다보면 자주 멈추곤 했다. 그러다 잠이 들기도 했는데, 잠이 들면 꼭 꿈을 꾸다 깨버렸다. 그녀의 삶을 주변의 여러 인물들을 거쳐 읽고나니 영화를 한 편 보고난 ..
작별인사 죽음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든다. 아주 먼 미래의 인간 아닌 존재들, 그들을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을 다 빼고나면 남은 이들끼리 사람이라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작가가 자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새롭고 인상적이었는데,이 책을 읽으며 깊은 생각들의 시간을 짐작하게 된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 이미 동의했지만 기술의 도움으로 장애와 불편을 극복하고 편의를 얻은 우린 이미 어떤 의미의 인간을 넘어서고, 지나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이용은 현재 일부에게 특권이지만. 극복의 단계를 넘어 향상(혹은 영원)을 목적으로 하고 몸의 일부를, 정신의 일부를 자발적 의지로 고쳐 단다면 그런 이들을 빼고 사람이라 부르게 될까. 이런 저런 질문들, 하염없이 떠오르는 생각들. 과학의 끝은 윤..
사랑하는 소년이 얼음 밑에 살아서 기다리던 한정원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문 앞에 도착한 상자를 들어올릴 때부터 마음은 달리는데 손길은 가능한 조심스러워졌다. 물기가 살짝 맺힌 표지를 마른 천으로 닦은 뒤 방학을 누리느라 침대 위를 뒹구는 아이 곁으로 갔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작가의 첫 책 이 얼마나 멋진지를 한참 늘어놓은 뒤 책 장을 펼쳤는데. 예상(실은, 있는 그대로를 읽고 싶어서 예상도 안하려고 애썼지만) 밖의 첫 장에 울컥해버렸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사람의 시는, 시마저 남다르다. 마침 아이도 관심을 보여 나는 시극에 대한 소개도 하고 나의 작가를 자랑도 할겸 낭독을 시작했다. 앞에 몇 장만 들려주려 했는데 꼬박 한 시간을 마지막까지 같이 갔다. 숨을 고를 수 밖에 없는 때에, 마침 암전이 찾아왔고. 소년과 소녀의 여정은 많은..
이토록 평범한 미래 상상하는 모든 것이 실현되는 소설의 세계를 나는 정말이지 사랑한다. 아까워서 마지막 한 편은 남겨두었다. 아까워서. 다음에 처음부터, 처음 읽는 척하면서 다시 읽어야지. 너무 좋았다.
WHY WE LOVE 진화인류학자의 글을 읽고나면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 어제보다 조금 더 수월해진다. 실험과 결과, 과학까지 더해지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혀를 차는 일도, 연락처에서 지워낼 수 이들도 늘어가고. 인간에 대한 미움이 준다. 그래, 살아남으려고 그러는구나…하면서. 한편에서는 지금의 나를 이루는 감정과 생각들이 있는 그대로 위로받기도 한다. 내가 이해하려는 나도 수많은 인간 중의 하나이므로. 뇌과학의 한계없음에 사정없이 끌리는데 그 중 사랑을 다룬다기에 일부러 찾아 읽어보았다. 사랑 역시 한계를 알 수 없다는 건가요?! 공기 중에 제법 떠도는 그 말을 과학자의 방식으로 ‘밝혀‘준 덕분에 나는 속 편한 사람처럼 그러게 사랑이 최고지, 한다. 그래도 되는 세상에서 살고싶다. 그게 뭐, 하며 반문하는 이들과 눈 맞출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