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왠지 모든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본질적으로 ‘그들’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것만 같다.
모든 순간이 ‘자신’일 수 있으니 역시나 디테일이 중요해.
보편의 사람들 속에서 어떤 한 사람을 그답게 하는 요인은 입이 닿은 자리가 겹치지 않도록 방향을 살짝 옮겨 컵을 들거나, 여름에도 긴 셔츠의 소매를 걷어입는 것, 작은 필통이나 화장품 파우치에 연필 한 자루를 넣어다니고, 물건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찾는 컬러가 있는 것, 여러 개를 쌓아두기보다 하나만 고르는 순간을 맞는 것…
혹은 정반대의 모습들.
일부러 만든 습관과 모르는 사이에 몸에 든 모습까지 자신의 모습이다.
스스로가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그런게 궁금하기는 한지가 이런 문장에 꽂히게 만들뿐이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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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그 모든 인상은 그 순간에는 정확할지 모르겠으나 당신의 전체 스펙트럼에서 봤을 때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순간이 모여 전체가 되나
순간의 합이 언제나 전체와 일치하지 않는다.
흐르게 두어야 할까
포착에 부지런을 다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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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슬픔 말고도 많은 이름들이 등장한다.
과거의 언어와 이국 언어의 단어들이 가득한 우물에서 그 순간에 어울리는 새로운 이름을 길어낸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그렇게 표현하라고 배운 감정들이 새 이름을 달고 더 촘촘하게 쪼개지고 나눠진다.
존재는 작아지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제 모습을 드러내고 불어나며 선명해진다.
세상엔 아직도 우리가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 많으니
멀리 더 멀리 보다 한 번씩 깊이 더 깊이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제목을 보고는 슬프거나 쳐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비슷한 생각을 했다면 전혀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데나 펼쳐 읽어도 삶의 어느 때이든, 어울리는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오늘의 문장도, 요즘의 나의 눈에 든 문장.
서둘러 읽기보다 두고 두고 읽으면 좋을 책.
연필로 긋는 밑줄이 어쩌면 매번 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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