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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뷰티풀 108. 네가 그냥 보조 사서도, 그냥 대학생도 아닌 거 알지? 넌 실비 파다바노야. 그는 실비가 유명한 탐험가나 전사라도 되는 양 유쾌하게 실비의 이름을 말했다. * 살다보면 이름을 잃고마는 순간을 겪는다. 평생을 나와 가장 가까이 머무르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이름. 그 이름에 의미를 담아주고, 기운을 불어넣는 힘을 얹어 두는 존재는 얼마나 소중한가.부모가 없을 때조차 이름은 남는다. 어떤 부모는 그럴 틈없이 먹이고 입히는 일이 우선이고어떤 부모는 우선 인 것을 하지 못해도 이름을 불러준다. 마음의 길은 가 닿기도 하지만, 목적지를 완전히 바로 보기란 불가능하니 더 자주 어긋난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찰리는 죽음 이후 자매들에게 기억하고 싶은 아빠로 남았다. 부모의 일은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 가..
Ways of Seeing 다른 방식으로 보기 9. 보는 행위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결정해 준다.*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이제 좀 지루하다. 보는 것으로부터 세계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가늠한다니새로운데. 존 버거의 는 애정하는 소설이다. 작가의 엄청난 이력에 우주급의 거리감을 느끼지만, 과거의 나는 제목이 근사한 미술 평론에 대한 책을 골라 두었다. 그리고 일단 골라둔 책은 언젠가 이렇게 읽게 되지. 이 책은 작품 감상의 관점, 누드, 유화, 현재의 광고를 들어 미술 (나아가 모든 예술)을 감상하는 방식에 대해 전과는 다른 시선을 권한다. 수십 년 전의 글임에도 시의성이 짱짱하다. 예술은 존재를 자극한다.작품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기준과 평가에서 벗어난 순수의 과정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것에 끌리고, 예술을 추앙..
완벽한 날들* 29. 기도 시간에 그들은 안달복달하는 삶을 초월한다. 다름과 기발함은달콤하지만, 규칙성과 반복 또한 우리의 스승이다. 신에게 집중하는 일은 무심히 행할 수도 없고 베니스나 스위스를 여행하듯 한 철에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화려할 수도, 소박할 수도 있찌만 정확하고 엄격하고 친숙한 의례가, 습관이 없다면 신앙의 실재에(하다못해 도덕적인 삶에라도) 어떻게 도달할 수 있겠는가(애매하게 말고)?* 중의 일부. 기도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네… 하고 말하곤 했다. 이젠내가 기도할게. 라고 말한다.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나의 마음에 물러섬도 주저함도 없다. 신앙의 실재를 경험하기 위해 습관이 필요하다. 기도의 시간을 정해두고형식이 되어도 멈추지 않고다 아는 이야기 같은 말씀을 읽어나가는 일들이하루 일과의 ..
길 위의 뇌 208.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은 낡고 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스스로 점검하자.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언젠가 “내 나이에 이제 뭘 한다고 그래.“ 라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 전형적인 부정적 AARC ( Awareness of age-related change) 는 변화에 대한 동기를 스스로 꺾는 것일 뿐 아니라 동기조차 품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핑계이자 자기 합리화다. 자기 인식과 자기 점검의 계기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 늙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낡는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책상 앞에서의 시간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하찮은 달리기일지라도얼렁 뚱땅 시작했을지라도기록 갱신 같은 건 관심없을지라도내가 달리는 중이라는 사실이 신기하고 놀라웠다.길 위를 달린..
어떤 비밀 117. 살아온 날만큼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절반을 살았다고 말해도 될까요. 종이를 반으로 접듯 인생을 반듯하게 접어봅니다. 스무 살의 나와 마흔 살의 내가 만납니다. 반으로 접은 인생을 다시 반으로 접어봅니다. 열 살의 나와 서른 살의 나도 한자리에 모입니다. 그렇게 계속 접다보면 나는 점점 작아지고 인생의 모든 순간은 한 점에서 만나겠지요. 죽음이란 어쩜 그런 것일까요. 126. 나의 감정을 전달하기에 적당한 인물과 사건을 상상하고 문장으로 쓰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었다. 고치고 다듬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문장을 오래 바라보고 다듬을수록, 이전에는 나에게 상처만 남겼던 거친 문장이 나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에 다가가는 것 같았다. 듣고 싶..
타임 셸터 127. 시간은 특별함에 둥지를 틀지 않아. 시간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을 찾지. 다른 시간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평범한 어느 오후일 거야. 삶 그 자체를 빼면 아무런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은 오후……기억을 잃는 알츠하이머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고들 한다.한 사람이 자기 생에서 가장 생기있던, 아직 반짝이는 순간을 찾아가는 여정이라생각하면 어떨까.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슬프다는 말이 당사자의 실제 감정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그럼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주변인의 회피일 뿐 본인의 바람은 아닐지도 그 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과거를 등뒤로 보내며 살아온 사람이‘아직 아닌 미래’로부터 ‘더이상 아닌 미래’ 앞에 서기 두렵다면 몸을 반대로 돌려 세워다가..
내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 350. 나는 또 내일 탈 기차가 있으니까. 기차에 타면 침대 한 칸 만큼의 내 공간이 주어지고, 거기선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다. 잠을 자고 되고, 책을 봐도 되고, 빈둥거려도 된다. 이 도시가 조금 별로여도 된다. 또 이동하면 된까. 설령 이상한 사람이 있어도 언젠가 그 사람이 내리든 내가 내리든 하게 된다. 내가 타는 기차는 언제나 완전 새로운 기차다. __ 기차 여행에 대한 로망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화장실이나 덜컹거리다 열려 버릴 것 같은 문에 대한 염려는 있지만최선을 다해 단디해두고. 멈추지 않고 달라지는 창밖의 풍경을 쉼없이 감탄하며 달이 뜨고 지는 시간에 오로지 레일을 밟는 기차의 소리만을 배경으로 두고. 지루할지도 모르니 이것 저것 좋아하는 일들을 가방에 꾸리는 준비 과정까지. 낭만..
서평쓰는 법 이 책은 서평과 독후감을 구별하며 시작한다. 그에 따르자면나는 개인적인 감상을 남기는 것으로 독서를 마무리하니 독후감을 쓰는 사람이고. 어렸을 때 가장 하기 싫던 숙제는 이제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편이 더 당연한 일이 되었다. 책을 읽다보면 울림이 있는 문장을 만난다. 그 순간을 포착하고, 연이어 떠오르는 단상을 남기는 작업은소소한 일상을 작지만 분명한 의미를 가진 인생으로 달리보게 만든다. 오랫동안 책을 읽는 것도, 읽지 않는 것도 개인의 선택이라 생각했다.하물며 읽은 후 기록의 형태에 대해서는 말해 무엇하나.오히려 책에 대한 접근을 주저하게 만든다면 대단한 독후 활동이라한들 아무 의미 없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놀이. 책읽기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