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네가 그냥 보조 사서도, 그냥 대학생도 아닌 거 알지? 넌 실비 파다바노야. 그는 실비가 유명한 탐험가나 전사라도 되는 양 유쾌하게 실비의 이름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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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이름을 잃고마는 순간을 겪는다.
평생을 나와 가장 가까이 머무르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이름.
그 이름에 의미를 담아주고, 기운을 불어넣는 힘을 얹어 두는 존재는 얼마나 소중한가.
부모가 없을 때조차 이름은 남는다.
어떤 부모는 그럴 틈없이 먹이고 입히는 일이 우선이고
어떤 부모는 우선 인 것을 하지 못해도 이름을 불러준다.
마음의 길은 가 닿기도 하지만, 목적지를 완전히 바로 보기란 불가능하니 더 자주 어긋난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찰리는 죽음 이후 자매들에게 기억하고 싶은 아빠로 남았다.
부모의 일은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 가보다.
선택하지 않았으나 긴 시간을 지고 가게 되는
나의 이름을 낯설게 불러본다.
그냥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내 이름에 담는다.
어느 평화로운 순간에 아이의 이름에도 담아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