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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5

타임 셸터

127. 시간은 특별함에 둥지를 틀지 않아. 시간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을 찾지. 다른 시간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평범한 어느 오후일 거야. 삶 그 자체를 빼면 아무런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은 오후……


기억을 잃는 알츠하이머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고들 한다.

한 사람이 자기 생에서 가장 생기있던, 아직 반짝이는 순간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생각하면 어떨까.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슬프다는 말이 당사자의 실제 감정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럼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주변인의 회피일 뿐 본인의 바람은 아닐지도
그 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과거를 등뒤로 보내며 살아온 사람이
‘아직 아닌 미래’로부터 ‘더이상 아닌 미래’ 앞에 서기 두렵다면
몸을 반대로 돌려 세워
다가오는 과거를 살기로 선택할 수 있기를.
그렇다면 이렇게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을 것이다.  


__

우리의 시간을 ‘기억’이게 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뒤섞이고 휘발된 기록의 흔적과 기록할 수 없는 향의 증발을  
허공을 향해 뻗은 팔을 내저어 품 안으로 불러모은다.

슬픔을 달리보는 시선, 판타지같은 낯선 희망이
잠시의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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