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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하는 밤 소설을 읽을 땐 등장 인물 중 하나가 되지만 시를 따라갈 때면 나는 시인이 된다 감히 희망하지 않던 인물이 된다 그 착각의 순간이 벅차 줄래줄래 자꾸만 뒤를 쫓는다. 시인이 지어놓은 문장들을 징검다리 삼아 내가 뛰어넘는 건 이 편에서 저 편, 여기에서 저 위. 모른척 않고 안보다 더 깊은 속으로. 끊이지 않고 계속 시를 읽는 사람은 결국 시인이 되어버리려나. 아니지. 그건 너무 시인답지 않은 시인이 되는 법인 걸. 그치만 시를 읽은 후엔 내 모든 문장들이 사랑스럽다.
지극히 낮으신 로마에서 페루자로 달리던 기차에서 작고 하얀 아시시를 멀리 두고 보았다. 어딘가 묵은 사진 폴더에 하얀 벽돌 사진이 있을텐데. 당시의 피곤함, 긴 시간 이동하며 쌓인 여독을 잠시 모른체하며 미뤄두는, 그래서 언제 또 그곳을 찾게될지 모르니 힘을 내어 걸어보는, 성실한 여행자의 노련함도 경험을 풍요롭게 부풀릴 호기심도 그 시절의 나에겐 없었다. 이후로 종종 책, 그림, 흘러드는 이야기 속에서 아시시를 만나고 그 때마다 아쉬움이 들곤했다. 그 기차에서 내렸어야 했는데. 목적지 도착 시간이 조금 늦어지고, 두 배로 고단했겠으나 이후의 순간들에 얼마나 많은 감동이 덧입혀졌을까. 가지 못한 길은 영원한 아쉬움이 되어 어떤 기억보다도 강렬하게 살아남는다. 프란체스코 (오늘 설교에도 등장! ) 한 사람의 생애가 시로..
끝내주는 인생 고통을 삶의 일부로, 나아가 그 자체로 인정하게 된 사람이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 같다. 글로 배워 알게되고 몸으로 익혀 깨닫는 걸 넘어서 정신으로 인정해야 한다. 난 이제야 그 인정을 시작했고 도망다니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고통의 존재를 인정하면 고통이 가득할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데다, 뭔가 자유로와진 기분마저 든다. _ 85. 유년기를 돌아보다가 어떤 일이 좋은 일이었는지 안 좋은 일이었는지 알수 없게 될 때가 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기쁨과 슬픔은 사실 하나니까. 행복과 불행은 언제나 맞닿아 있으니까. 좋은 이야기는 두가지를 동떨어진 것처럼 다루지 않는다. 125. 그건 브레닌이 가진 힘 때문이라고. 삶과 고통이 같은 것임을 아는 자의 힘, 위험을 숨 쉬듯 감당하는 자의..
섬에 있는 서점 서점에서 시작되는 모든 이야기에는 책장 냄새가 베어있다. 후각이 마지막 기억이라는데, 오래가는 이야기가 될 준비가 되어있는 소설. 나는 이 책을 숲 속에 있는 서점에서 샀고,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의 향기가 책장에 베어있어 시작부터 짱이었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소설 속 주인공들은 내가 아는 사람들 같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반쯤, 아니 반 이상 나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해하려 드는 순간 지는 쪽이 되고, 그마저 상관없어질 때 자연스레 이해하는 사람이 되는데, 끝이 그리 나쁘지 않으니까.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여긴다. 가끔은 나의 적당한 거리 유지 주의를 너른 마음인양 착각하는 게 아닌지 자기 검열도 하지만, 그럴지라도 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지. 상대가 얼마만큼 원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나는 내 마음을 그 이해위로 겹쳐본다. 때론 공감으로 일하기도 하고, 감정이입일 때도 종종 있는데, 대상이 가까운 이들일 때가 주로 그렇이 다. 공감과 감정이입이 요즘의 화두. 타인을 향한 나의 감정을 내가 어찌 다루는지..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아이의책 아이가 이 책을 한창 읽을 때, 재미있다고 하면서도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는데, 직접 읽고 나니 이유를 알겠더라는. 새로 만든 단어, 우주선 내부, 이름들, 세이건에 대한 설명등이 다소 낯설어 앞을 자주 넘겨봐야 했고, 할머니를 떠올리느라 종종 과거를 다녀와야해서, 그리고 멍하게 만드는 지점들도 자주 있었다. 미래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은 현재를 살아내는 삶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된다. 오늘에 대한 애착없다면 내일을 꿈꾸고 헤쳐나갈 다짐을 하지도 않을테니. 인간은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인 존재이다. 너무나도 사실. 그렇기때문에 자신이 아닌 아이들 나아가서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해, 지금 아닌 나중을 위해, 눈 앞에서 확인할 수 없는 희망을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고 희생을 감수할 때 인간..
도서관은 살아 있다 사서님들은 내게 늘 사서‘님’이셨다. 도서관이 일터이자 그 많은 책을 휘하에 두는 분들! 도서관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물론 다양하고 많은 도서관을 소개하고 있어 멀리 여행을 가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고 갈 책이 되었고. 기꺼이 게릴라의 편에 서겠습니다. ‘게릴라 사서’, 신비와 영험을 담당하는 동물이 여기에도 필요하다면 역시나 ‘도서관 고양이’, 웅장해지고 비장해지는 ‘공공 도서관 선언’, 청소년의 정보 인권을 침해하는 생기부의 독서 목록 기재 건까지. 새롭고 깊은 이야기들이었다. __ 책이 가득한 곳에 가면 우주의 한 가운데 있는 기분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둘러싸인. 낯설음에 긴장하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그 곳에 서 있는 내가 운이 좋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장소. 그래서..
연수 너무너무 재밌다. 장류진 작가의 책을 다 읽었는데, 읽고나서 재미없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 다음 책도 분명히 재미가 있겠지! 문장이 한 줄 한 줄 넘어가는 걸 따라가면서 소리내서 깔깔거리고 웃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혼자만 아는 미소가 아니라 옆 사람도 들리는 깔깔 웃음소리. __ 사람들 사는 모양이 다 그렇다. 다 비슷해. 죄다 다른 사람들인데 말이다. 보고, 듣고, 읽고, 살피고 나니 결국 다들 비슷하구나. 다 아는 일이었지만 다시 알게 되는 과정은 단정도 확인도 아닌 발견이고 실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