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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4

트립풀 런던



오래전 런던 여행의 마지막에 내셔널 갤러리가 있었다.

정말 그랬는지, 여행을 준비하던 나의 바람이었는지
이제는 흐릿해진 장면들만 남은, 그 마저도 자꾸 증발하는 중에도
미술관에 대한 기억은 아직 선명하다.
건물의 기둥, 계단을 숨차게 올라 거대한 문 안으로 들어설 때 그곳의 포근한 공기, 볼륨을 낮춘 발걸음 소리, 실제로 보니 사진에서보다 무지 작아 놀란 작품, 고전 미술이라는 작품들을 잔뜩 가지고 원하면 얼마든지 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시샘, 다 돌아보고 싶은 조급함, 문이 닫도록 한 곳에 오래 머물며 나를 새겨 놓고 싶던 무거운 발걸음, 벨라스케스 특별전을 놓친 가벼운 지갑, 그런 기억들.

로또가 되면 뭘 하고 싶냐고 물으면
그러면 나는 훌쩍 그곳으로 가 한 달 동안 날마다 들락거리고 싶다
거길 말이야. 했다.

정말 그랬던 장면들에
여행을 다녀와 새로 피어나는 바람이 더해져
그곳은 향수이자 꿈이 되곤 한다.


미술관 이야기로 가득한 책을 읽고
그리움이 쿵쾅 깨어났다.
며칠 그러다 도서관에 간 날, 800 서가 아닌 900서가로 갔고
런던 여행책을 신나게 읽었다.
계획도 없이 여행책을 보게 될 줄이야  
낯선 길과 지역에 대한 설명들이 과연 당장이라도 날아가고 싶게 한 40분.
나는 좀 달래진 것도 같다.  

여행책은 여러모로 실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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