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걱정 마요, 며칠만 일 거들다가 들어갈게요. 정대 찾아서.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너는 상무관으로 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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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관련 일정 중에 지역 도서관 방문이 있었다. 매년, 그 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을 읽은 어린 학생들이 그 도서관에 모여 작가와의 시간을 갖는모양이다. 일정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인터뷰를 보고 도서관 일정 영상을 찾아보았다. 내내 차분한 표정이던 한강 작가는 연신 웃으며 학생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학생이 작가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인간에 대해 알 수 있었다는 감상을 전했다. 열 두살이었을까. 그들의 분위기가 부러웠고, 진지한 어린 독자의 평을 듣고 있으니 책으로 갈 수 있는 세계에 대한 기대가 증폭되고, 신뢰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소설에 대한 첫 인상은 두려움이었다.
작가가 울면서 썼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듣고는 겁을 먹었다.
그렇지 않아도 툭하면 우는데 너무 슬프면 어쩌지.
막연하게 무서운 시절들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을지 두려웠다.
그럼에도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내게도 의미있는 상징이 되었고, 조건없는 기쁨이었다. 알고리즘에 쏟아지는 그의 지난 영상들이 강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작고 느린 걸음으로 단단한 길을 내고 있었다. 슬프고 두려운 문장에 그치지 않겠구나, 했다. 내가 만나는 한강 작가의 첫 책은 이 책이어야했다.
소설은 술술 읽힌다.
다만 읽히는대로 읽어나아가기 저어되어 하루에 한 사람의 이야기만 들었다. 아마 아주 먼 나라의 누군가로 소설을 읽은 것이라면 대단한 이야기다, 손에 꼽을만큼 흥미롭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생에 마지막으로 들었던 언어는 나도 잘 알아듣는 말이었고, 지금의 현실에 끌어와도 이질감 없으니, 재미있을 수가 없다.
그저 가까운 이들 하나하나에게 함께 읽자 권할 밖에.
인터뷰의 그 어린 학생은 인간의 어떤 면에 대해 알게 되었을까.
정대의 나이는 내 아이의 나이와 가깝다.
인간이 인간을 알아가기란, 인간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가능하기나 한 걸까. 인간의 행동에는 늘 의미가 있는가.
옳고 나은 선택을 위해 행동하기도, 그저 그렇게 행하기도 한다.
생의 모든 순간에 비장할 수 없으므로, 인간은 발이 가는대로 걸음을 내딛는다.
어느 한쪽이 누군가를 알고자 한다면 정성인것이다.
이해해보겠다 달려든다면, 사랑일 것이다.
먼저 정성을 들이고, 앞서 사랑을 흘려보내는 이는 강하다.
강한 사람이 많아져야 세상은 나아진다.
그러고 싶다가 아닌 그래야겠다, 는 마음을 품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