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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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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Neige 이 시적인 소설은 유코와 소시키, 봄눈송이와 네에주의 이야기이다. 나비 날개처럼 겹치는 (역자의 말 중) 도서관에서든 서점에서든 책 등에 새겨진 ‘눈’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단어다. 말이다. 힘을 가진다. 860번대 서가에서 아직 아무도 읽지 않은 이 책을 발견했다. 첫장과 다음장이 붙어 있어 어느 한 쪽으로 힘이 쏠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그 사이를 벌려야했다. 여러번. 아직 아무에게도 열리지 않은 이야기. 유코는 빠졌다. 시와의 사랑에, 자기 확신과의 사랑으로. 소세키의 강렬한 사랑과 네에주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환하였던지도 알 것 같다. 하나의 대상에 빠진 눈은 먼 눈과 같다. 빛나는 아름다움은 어쩌면 녹아없어져야 단념할만한 끝을 맞는지도 모르겠다. 담담하고 짧은 문장들을 눈으로만 읽는데 외줄에 놓이..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작가의 말은 귀를 기울이게 된다. 똑부러지면서도 다정함이 담긴 목소리 때문이기도 하고, 공감하는 마음을 선뜻 내줄 수 밖에 없는 섬세한 표현들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언어를 사이에 두고, 나와 내가 나누는 이야기들이 생겨났다. 나의 말들이 지지를 받고, 지난 감정들이 선명해지는 경험. 빌린 책을 아껴 읽고는 사둬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래 저래 책을 살 이유만이. #행복한투정
스노볼 드라이브 스노볼은 손에 들고 있으면 자꾸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일까. 스노볼이 소재가 되는 이야기가 제법 많다. 제목만으로도 벌써 두 권. 역시나 빠져든다. 눈이 내리는 모습은 아름다운데 눈이 쌓이는 일은 두렵다. 흩어져야 간직되는 아름다움이다.
글자풍경 향유. 글자와 글을 가리키는 손끝 너머, 눈을 크게 뜨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향유한다. 예술을. 탐구를. 그 덕에 낳은 어떤 문장을. 이 책을 읽는 나는 향유한다. 앞선 책에서도 그랬지만, 유지원 작가의 시선은 근사하다. 책을 읽다가도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즐거움. 언급한 발견이 아직은 안 보일지라도, 눈을 비비며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의 호기심. 사소하지만, 일상에서 자꾸 밀려나던 감정들을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깨우게 되어 읽는 일이 다시 한 번 너무 좋았다. 새롭거나 깊거나. 그의 책이 바로 그렇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극찬의 추천사들 마저도 결국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읽힌다. 어떤 정보도 없이 이 책을 읽으라던 수 많은 (눈에 힘을 주던) 권유들은 아마도 이 책에 대한, 책 읽기 과정에 대한 그리고 같은 몰입이 어딘가에서 일어나길 바라는 두근거림을 나누고픈 읽는 자들이 날 때부터 가진 애정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물고기니 바늘이니 내겐 쉽지 않지만 그 전우주적 복수의 방식은 정말 맘에 든다. 결국, 사랑 결국, 사람 권선징악의 프레임에서 안정을 느끼지만, 그 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이중성으로 사는 나는. 결국 사랑으로, 결국 사람이 의미를 찾는 과정이 다행이라 여긴다. 뻔하다 해도,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아가는 중이므로 다행인 쪽의 마음이 훨씬 더 크다. 두루뭉술한 책읽기 기록은 앞선 이들과 궤를 같이 하는 것..
전쟁일기 주일이면 교회 앞에 모인 반전 시위대를 본다. 그들은 러시아 대사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연설하고 연주하고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며 전쟁을 멈추라고 말한다. 러시아 대사관 주변엔 경찰이 많다. 아이는 왜 경찰이 러시아 대사관을 지키는지를 묻는다. 전쟁은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지만, 더이상 남 일이 아니다. 그 누구도 전쟁이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지 않아야 한다. 이 책을 낸 이야기장수의 이연실 편집자는 오랜 시간 응원한 편집자이다. 편집자를 잘 알 일은 없지만, 그녀의 선택과 열정을 접하며 응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 이야기장수가 된 그녀는 아마도 앞으로 멋지고 훌륭한 에세이들을 만들어낼 것이 분명하다. 다만 그 시작이 전쟁일기라는 사실은 얼마나 큰 의미인가. 우리는 삶을 살고..
여름의 빌라 백수린의 소설은 위로다. 누군가의 일상은 서사가 되고 그녀의 문장을 거쳐 무사한 기록이 된다. 아슬아슬을 지나 결국에는 무사해서 다행이었다.
프리즘 연애하고 싶다. 연애하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싶네. 내가 그걸 얼마나 열정적으로 바라봤던 사람이었는지. 세상으로, 사람들 속으로 나아가볼까.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목적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되어있었던 일을 더이상 거스를 이유가 없는 것 같아서. 이 생각을 한동안 꼬고 풀고 그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