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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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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20대 중반 사회생활을 막 시작해 한창 친구 아닌 사람들과 긴 시간을 보내던 시절. 옆 책상에 앉은 이에게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나쁜이가 나에겐 그런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배웠다. 그러는 중에 먼저 알게 된 이를 향한 죄책감 배신감 의구심을 품기도, 새 사람을 보면서도 비슷한 감정들을, 그러다 나 자신에 대해서마저 온갖 감정에 휘말리고 나서야 결국 사람은 내가 직접 겪어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론은 이후로 나의 인간관계를 지배해왔지만, 나만의 결론이기에, 어울려야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늘 명쾌하진 않다. 다만 나는 그래도 결국엔 내가 직접 겪으면 ‘괜찮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런 희망을 품고 있는한 어떤 사람이든 결국 바라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고. ..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9월을 맞아 (모든 일의 이유가 9월이라서) 오랜만에 그림책을 한 권 사보았다. 보고 또 보던 페이지는 독일. 내게는 한없이 낯선 외국어이지만, 그 언어가 몸 속에 흐르는 사람들만이 아는 의미를 품은 단어를 소개받으니 낯설음을 걷어내고 가까이 알고 싶다. 이국에 대한 상상은 한껏 부풀어 오르고. 우리말에도 근사한 단어가 많으니 작가가 제 2권을 준비하고 있다면 한국어가 들어갈 것이고, 그렇다면 “결” 을 추천합니다. ‘규칙적으로 다가오거나 물러나는 모양. 안정된 분위기와 편안한 흐름을 그리’는 단어이니까요. 표현하고자 하는, 그래서 말 안에 의미 이상을 담고자하는 노력의 흔적은 모든 인간이 처음부터 예술가라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 언어가 더욱 아름답다.
낯설고 어려운데다 살아 있는 동안 볼 수나 있을까 싶은 세상 속으로 점점 더 빠져들고 만다. 테드창의 강렬한 작품들. 그의 두 번째 소설집을 읽으면서, 새삼 내가 소설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 소설을 좋아한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은, 글예술 그 중의 문학 그 중의 소설에 대한 나의 애정은 어쩌다 이렇게 (실제로 얼마나?) 단단해진 걸까. 기운이 빠졌을 때 재미있는 소설을 찾아내 읽고 나를 소생시킨 적이 있다. 왜인지 모를 불안으로 심장이 마구 뛸 때면 따로 모아둔 연애 소설 중 한 권을 아무데나 펼쳐 읽으며 숨을 고르곤. 믿고 보는 작가의 작품 중 여러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를 꺼내 그들의 소란함 사이에 분주한 나의 속마음을 흘려놓고 나오기도. 시선이 명징한 소설을 읽으면 세상 일에..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본격 청개구리 정신이 필요한 일이다. 자칫 아버지, 원수 등의 단어 사용이 일상에 머물다가는 그들이 원하는대로 나는 그들에게 먹혀버릴테니까. 완전한 악은 존재할 수 없지만 수많은 악들은 존재한다. 영적으로 깨어있는 것에 대하여 자주 생각을 하곤하는데 그것은 나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은 아닌가보다. 나의 지성으로 다가가고 싶어하나, 그것만으로는 이를 수 없기도 하다. 겸손이 교만이 되는 순간과 회심이 또 다른 샛길이 되는 지점에 선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줄타기를 하는 줄도 몰랐던 시간은 얼마나 많았던지. 이 책에 대한 귀띔없이 가 들어간 제목만 보고 빌려왔다가 오싹한 독서를 하고말았다. C.S 루이스의 신앙은 그의 지성만큼이나 깊게 들어갔구나. 이어령 선생님이 생각났다. 사람은 저마다의 그릇이 있고, 그릇은..
가만히 부르는 이름 순수한 사랑이 유일한 신념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내내 한솔의 편지를 온전히 마침표까지 꾹꾹 눌러 읽기 민망하던 순간들이 있었다. 이것은 소설이니까…라면서. 수진의 선택이 당연하다 여겨진 건 순수의 신념이 힘을 잃어가기 때문인가 아님 그야말로 위로와 희망에 그치는 결코 손에 잡히지 않을 가치이기에 소중한 것이라 생각하게 된 때문인가. 이전에는 소설에서만은, 작품 빠져있는 동안이면 안도할 수 있었는데… 나의 감상도 달라지는가보다 구체적인 묘사에 자꾸 발목이 잡혔다. 친절한 설명은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오해을 낳기도 한다. 해서 섬세한 무심함이 주는 단념이 설명이 필요없는 안정으로 이끌기도 한다. 임경선 작가는 한 때 우러렀던 그 이름 석자의 기운이 여전히 강하다. 서둘러 읽고 길게 쓰고 있다.
므레모사 상상하지 못한 나로선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런 이들을 보면서도 이상한 줄 모르는 나를 보는 재미가 있다. 이로써 작년에 쏟아진 김초엽작가 작품들을 다 보았다 다음 작품을 기다립니다 🥰
환희의 인간 관념적인 문장은 뜬 구름 같아서 그 위에 떠 있는 동안 쉼을 누리는 것만 같아 일상의 익숙한 장면을 새삼스레 바라보게 하는 감각적인 문장들도 가득. 세 번째 보뱅이다.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나에게 지금 이런 나에게 지금 불안한 나에게 지금 흔들리는 나에게 지금 안 되었다 싶은 나에게 지금. 지금 나에게로 와서 위로가 되주었다. 나의 편에 기대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나의 행복을 위해 살기로 하자. 그런 마음을 먹어도 괜찮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