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558) 썸네일형 리스트형 스노볼 드라이브 스노볼은 손에 들고 있으면 자꾸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일까. 스노볼이 소재가 되는 이야기가 제법 많다. 제목만으로도 벌써 두 권. 역시나 빠져든다. 눈이 내리는 모습은 아름다운데 눈이 쌓이는 일은 두렵다. 흩어져야 간직되는 아름다움이다. 글자풍경 향유. 글자와 글을 가리키는 손끝 너머, 눈을 크게 뜨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향유한다. 예술을. 탐구를. 그 덕에 낳은 어떤 문장을. 이 책을 읽는 나는 향유한다. 앞선 책에서도 그랬지만, 유지원 작가의 시선은 근사하다. 책을 읽다가도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즐거움. 언급한 발견이 아직은 안 보일지라도, 눈을 비비며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의 호기심. 사소하지만, 일상에서 자꾸 밀려나던 감정들을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깨우게 되어 읽는 일이 다시 한 번 너무 좋았다. 새롭거나 깊거나. 그의 책이 바로 그렇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극찬의 추천사들 마저도 결국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읽힌다. 어떤 정보도 없이 이 책을 읽으라던 수 많은 (눈에 힘을 주던) 권유들은 아마도 이 책에 대한, 책 읽기 과정에 대한 그리고 같은 몰입이 어딘가에서 일어나길 바라는 두근거림을 나누고픈 읽는 자들이 날 때부터 가진 애정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물고기니 바늘이니 내겐 쉽지 않지만 그 전우주적 복수의 방식은 정말 맘에 든다. 결국, 사랑 결국, 사람 권선징악의 프레임에서 안정을 느끼지만, 그 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이중성으로 사는 나는. 결국 사랑으로, 결국 사람이 의미를 찾는 과정이 다행이라 여긴다. 뻔하다 해도,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아가는 중이므로 다행인 쪽의 마음이 훨씬 더 크다. 두루뭉술한 책읽기 기록은 앞선 이들과 궤를 같이 하는 것.. 전쟁일기 주일이면 교회 앞에 모인 반전 시위대를 본다. 그들은 러시아 대사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연설하고 연주하고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며 전쟁을 멈추라고 말한다. 러시아 대사관 주변엔 경찰이 많다. 아이는 왜 경찰이 러시아 대사관을 지키는지를 묻는다. 전쟁은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지만, 더이상 남 일이 아니다. 그 누구도 전쟁이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지 않아야 한다. 이 책을 낸 이야기장수의 이연실 편집자는 오랜 시간 응원한 편집자이다. 편집자를 잘 알 일은 없지만, 그녀의 선택과 열정을 접하며 응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 이야기장수가 된 그녀는 아마도 앞으로 멋지고 훌륭한 에세이들을 만들어낼 것이 분명하다. 다만 그 시작이 전쟁일기라는 사실은 얼마나 큰 의미인가. 우리는 삶을 살고.. 여름의 빌라 백수린의 소설은 위로다. 누군가의 일상은 서사가 되고 그녀의 문장을 거쳐 무사한 기록이 된다. 아슬아슬을 지나 결국에는 무사해서 다행이었다. 프리즘 연애하고 싶다. 연애하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싶네. 내가 그걸 얼마나 열정적으로 바라봤던 사람이었는지. 세상으로, 사람들 속으로 나아가볼까.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목적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되어있었던 일을 더이상 거스를 이유가 없는 것 같아서. 이 생각을 한동안 꼬고 풀고 그럴 것 같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육체의 질병은 마음의 병을 키운다. 반대의 경우도 그렇고. 내 몸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나니 책을 펴 놓고도 같은 문장을 여러번 돌고 돌았다. 도서관으로 가서, 800 책꽂이에 꽂힌 책 들 중 ㅁ으로 시작하는 작가의 이름 칸에서부터 하나씩 손 끝으로 읽어내려갔다. 그렇게 책꽂이 두 칸을 지나고는 세 권의 소설을 들고 왔다. 나를 정화해주길 바라며. 그 첫 책이 바로 이 책. ‘가족’이라는 단어는 우리 셋보다는 나와 그이의 원가족을 떠올리게 하기에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들지만, 결국엔 가족이라는 존재 자체는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단정짓기를 조심하게 만드는 여지가 있다. 아직도 갈팡질팡 오락가락 그런 마음이고. 그래서 가족이 주제이거나 하면 찾아 읽지는 않는 편인데. 이야기는 무겁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책과 종이에 둘러싸여 성실하게 쌓아올린 시간이 너무나 근사하고 체화되어 몸에 배어든 연습과 솜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즐거웠다. 역시 장인 중의 장인은, 책장인.! 어떤 일이 하나의 역사가 되어 가는데는 언제나 멋진 시작이 있다. 그리고 그런 시작에는 진심을 담은 의미와 정성을 담은 이름이 있다. 재영책수선의 시작도 역시 그랬다. 저자의 이름이 재영책수선인 것이, ‘수선’을 선택한 이유들을 읽는 동안 참 좋았다. 더이상 책을 모시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책은 소중하게 다루게 되는 물건이다. 혹 상하더라고, 낫게해줄 의사선생님의 존재가 든든하다. 누군가의 깊은 애정과 단단한 철학을 듣는 일은 귀한 경험이 된다.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7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