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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3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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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일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라
나이가 많건 적건간에 동료들끼리 서로 선생님이라 부르는 통에
우리는 그냥 다 선생님인거지, 남자선생님 여자선생님이기는 힘들다.
수학선생님,영어선생님이기는 하지만..
게다가 나는
남녀.. 애초에 타고난 게 다르니 이래저래 다를 수 밖에..
아니 뭐 그렇게 따지자니 사람은 저마다 다 다를 수 밖에...
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다름을 수용하고 이해하는건 차후의 문제이고. ^^ㅋ)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참 남자는 다르구나.. 라는 새삼스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남자작가들의 글을 남자작가의 글로 읽지 않았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꺼다.
그런데
한번 더 읽어봐야 할일인가 싶지만서도
참 남자작가의 글스럽기도하다..
푸훗.
남자 작가들과 여자작가들 사이에 선을 긋는 건 아니지만
내겐 여자작가들의 이야기가 읽기 편한것도 사실인데
이외수 할배는 감성세계의 이상이자 내 안에 맴도는말들을 대신풀어주는
개운한 속풀이 지존이고 .
알랭드보통은 밤이 늦어 몽롱한 시간까지 수다를 나누는, 나의 얘기가 속속들이
까발려져도 무방한 친구같은, 나 마냥 복잡한 인물이었고.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 교과서나 다름없는 글들을 쓴 위대한
고전작가이고.
로알드 달은 만점짜리 이야기꾼이고.
남자작가들도
남녀를 떠나 각각의 캐릭터로 내게 남아있기도 하는데.
( 앗. 그러고보니
아내가 결혼했다의 박현욱 소설을 읽을때도
남자니까 할 수 있는 상상이다... 라고 생각했던것 같아.)
무튼.
이번에 읽은 김영하의 퀴즈쇼도
구석 구석 남자작가임을 일깨워주는 식이었다.
내가 '남자'라는 대상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잘 들어맞았는 모양이다.
고민이 멋지지만, 안스럽고.
소설 속 상상이 특별하지만, 귀엽네...하게되는.
그런 감상들이 이어졌다.
주인공을 따라가면서도 그랬고,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나가다니... 작가를 따라가면서도 그랬다.
( 읽는 내내 "역시 남자야.. / 남자니까.." 그랬는데,
막상 언급하자니 내가 남자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혹은 편견)이 드러날까 염려되어 여기까지.. ^^)
남자작가스럽다는게
그래서 싫다...라거나
그래서 마초소설이다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라는거셔~.
그저
나와 다르다는거
편하지는 않지만, 상상이나 생각이 다르다는 걸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는거..
나라면 이럴 수는 없을텐데..
뭐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독서를 통해 이런 간접경험을 할수 있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놀이인가ㅋㅋㅋ
나의 감상이니까 .^^
소설은 재밌다.
무거운 일들이 있지만,
멍때리듯 시간따라 흘러가기도 하고,
바짝바짝 궁금한 인물도
또, 여인도... 모두 나온다.
승합차를 타고 파주로 들어가기 전과 후, 꼭 두편의 이야기를 읽는것도 같다.
퀴즈쇼를 읽고 우연히 보게된 우리말겨루기에서
주인공들의 타들어가는 입술과 어쩜 저 뒤에는.. .쩜쩜쩜을 떠올리는
약간의 사후증상이 남는 정도 ^^
현실은 소설처럼
소설은 현실인냥
그 경계가 희미할 수록 재미있는게 소설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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