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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05-2010

기다림

기다림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하진 (시공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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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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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결정으로

마음을 두지 않은 여인과 결혼한 쿵린.

 

일을 위해 도시로 나갔기때문에

일년에 열흘 남짓, 휴가 때 고향으로 돌아가

이름만 '아내'인 그 여인과 가족으로서 시간을 보낸다.

 

 

직장인 병원에서 알게된

마음을 주었다 생각한 여인과 18년을 연인으로 보낸 쿵린.

 

 

마음이 가는 그녀와 함께 살고 싶지만

이혼이 가능하지 않아 흘려보낸 시간이 18년이다.

언뜻 보면 소설 속 '기다림' 은

그 18년을 '처녀' 로 기다려온 그 여인에게 맞춰진것 같지만

이 소설 속엔 많은 기다림이 있다.

 

세상의 시선과 꽃잎 떨어지듯 시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참아내며,

이렇다할만큼 확실한 믿음을 주는것도 아닌

내 보기엔, 물러터진 참 못난 그 남자를 바라보아온

그 여인의 기다림 .

그 여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 남자 그럴만한것 같지 않은데

스스로가 쳐놓은 감정의 덫에 걸려든것 같기도 하다.

결국 바라던 결혼이 또 다른 행복의 시작이 되지 못한걸 보면

간절히 바라는 것, 꾸준히 정성을 다하는것

이런 것들에 있어서 시간이 항상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지 싶기도 하다.

적어도 결혼을 했으니, 일단은 다행인건가.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을까.

 

 

전족을 한 채 시집을 오고,

아내로서 사랑받지 못하며 일년에 한 번씩 집에오는

그것도 이혼을 하기 위해 집으로 오는 남편을 위해

고기 반찬을 차리는 여인.

(왜 꼭 고기반찬이야. 미국산 쇠고기를 먹여버려야지.. 이런남편 흥!)

환경이라는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나만 보고 살면, 그 안에서만 열심히 하는것이 전부라 믿게된다.

시골사람들의 삶에서 지나치게 중시된 아내의, 며느리의 의무를 다하던 그녀는 오히려 도시로 나와 숨을 쉬어야 마땅한데...

몸에 베인 삶의 흔적이, 새로운 환경에 처한 그녀의 생각을 지배하고 다시 그 삶으로의 그리움을 피워낸다.

그저 그렇게 사는 법 밖에 모르니 그리 살아내지 않았을까.

결국 이혼을 하고도 그 남자의 아내인양 식사를 내어놓는.

미련한 기다림.

 

 

소설의 끝부분으로 가면서 쿵린의 혼잣말이 늘어간다.

고민과 갈등이 보다 진작에 있었더라면.

사랑에 대한 깨달음, 본인에 대한 자각이 진작에 일어났더라면.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그럴 재주도 없는.

자신이 원하는 것도 모르고,

틀에서 찍어내듯 주어진 모습으로, 그래야만 했던 모습으로

그렇게 삶을 살아내던 인물에게.

 '통장을 털어 떠나는 도망'을 떠올리게 되던 그 때가 오히려

진정  자신에게 촛점이 맞춰지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자기 자신이 원하는 일을 아는 것.

어깨와 이름에 걸린 의무와 책임때문에 쉽지않을 것을 알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버릴 수 없는, 포기할 수 없는

삶의 일부, 혹은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자신을 향한 그의 기다림.

 

 

 

 

'기다림'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낯설지 않고, 나쁘지 않다

 

시적인 제목에 빨간 끈이 살짝 날리는 땋은머리가 예쁜 표지 덕에

그리고 작가에 대한 지나친 칭찬덕에

나에게로 온 '기다림'

 

 

 

기다림의 끝이 편안한 휴식이길 바라지만

기다림의 끝은 어쩜 또 다른 기다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