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 남작은 기억이 아니라 습관을 따르는 사람처럼, 주저하지 않고 도로에서 돌아서서 제방을 내려가 과감하게, 하지만 평소처럼 불규칙한 걸음걸이로 이따금 살짝 균형을 잃으며 숲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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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답게 늦게 등장해 주인공 아니랄까봐 서둘러 사라진 남작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데,
정말 그런가.
인생을 자신의 뜻대로만 살 수 없지만
세상은 개인을 너무나 가만 안두기도 해.
만연체의 위협을 극복하려
연필을 들고 앉아 마침표가 나올 때마다 동그라미를 쳤다.
그 재미도 있었다.
긴 문장에 숨차던 소설이 중간쯤엔 읽을만해졌고
몰아쳐 읽기도 했고
읽은만큼 잊기도 했다.
정말 제대로 읽어낸 걸까 싶지만
벽돌책 완독만으로 일단 기쁘다.
책장을 덮고나니 기억나는 장면이 적지 않다.
그렇게나 길게 말하는 걸 듣고 있던 덕분에
제법 선명한 장면들.
다시 읽을 법 하지만,
아주 가까운 미래의 일은 아닐 듯.
다르게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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