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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5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506. 남작은 기억이 아니라 습관을 따르는 사람처럼, 주저하지 않고 도로에서 돌아서서 제방을 내려가 과감하게, 하지만 평소처럼 불규칙한 걸음걸이로 이따금 살짝 균형을 잃으며 숲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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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답게 늦게 등장해 주인공 아니랄까봐 서둘러 사라진 남작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데,
정말 그런가.  
인생을 자신의 뜻대로만 살 수 없지만
세상은 개인을 너무나 가만 안두기도 해.

만연체의 위협을 극복하려
연필을 들고 앉아 마침표가 나올 때마다 동그라미를 쳤다.
그 재미도 있었다.
긴 문장에 숨차던 소설이 중간쯤엔 읽을만해졌고
몰아쳐 읽기도 했고
읽은만큼 잊기도 했다.
정말 제대로 읽어낸 걸까 싶지만
벽돌책 완독만으로 일단 기쁘다.

책장을 덮고나니 기억나는 장면이 적지 않다.
그렇게나 길게 말하는 걸 듣고 있던 덕분에
제법 선명한 장면들.

다시 읽을 법 하지만,
아주 가까운 미래의 일은 아닐 듯.

다르게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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