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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5

길 위의 뇌


208.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은 낡고 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스스로 점검하자.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언젠가 “내 나이에 이제 뭘 한다고 그래.“ 라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 전형적인 부정적 AARC ( Awareness of age-related change) 는 변화에 대한 동기를 스스로 꺾는 것일 뿐 아니라 동기조차 품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핑계이자 자기 합리화다. 자기 인식과 자기 점검의 계기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

늙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낡는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책상 앞에서의 시간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하찮은 달리기일지라도
얼렁 뚱땅 시작했을지라도
기록 갱신 같은 건 관심없을지라도
내가 달리는 중이라는 사실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길 위를 달린 시간 역시 배신하지 않을 것 같다.

광고에 나오는 멋진 장면은 없다.
운동 에너지가 부족해 제법 시간이 지났음에도 좀처럼 능숙해지지 않고
날마다 출발이 새롭다.
달린 후에도 무겁기만 한 다리를 끌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다행히 다리는 내내 무거운 채로 있지 않고 미세하게 조금씩 단단해지는 중이다.

의미 부여 없이, 결과와 상관없이, 그냥 하면 되는 일이 필요했다.
세상에 그런 일도 있었다.

그저 달릴 뿐인 순간들이
오늘의 나를 살게하고
미래의 나를 살릴 것이다.
   
잘했다고, 8주간의 나를 격려하고자 곧장 이 책을 사 읽었다.
달리기의 유익과 필요를 거부할 수 없게 설명하고 있는 것은 물론
무언가에 찐으로 빠진 사람의 차고 넘치는 애정이 느껴져 즐거웠다.  


덜그럭거리는 할머니 말고
다리가 뻐근한 날 레깅스를 찾아 입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늙더라도 낡지 않는 정신을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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