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이 분자들의 동요는 모든 것을 움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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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랬다.
수많은 물리어 분자들의 동요에 나는 기꺼이 흔들리며
마지막 장까지 이 책을 읽어낸 것이다.
무려 자연과학 > 물리학 > 물리학 일반으로 분류되는 도서다.
내가 물리학 책을 읽다니.
보통 이럴 땐, 물리 교과서 이후로 처음이야, 라고 말해야 하지만 학교 다닐 때 물리 교과서를 끝까지 읽지 않은 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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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규칙하게 조각났다.
앞으로 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시간이 아닌, 지금 여기의 혼재하는 시간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세상를 바라보는 시각의 해체.
한 번 흐트러진 세상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 사실 마저 무지하게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책.
어느 문학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해서
그 안의 세계를 깊게 이해하고 싶은 갈망에 사로잡혔다.
비극은, 너무나 이해하고 싶지만 열망에 한참 못 미치는 지식을 가지고는 중간 챕터 이후를 헤쳐나가긴 무리였다는데 있었.
하지만
풋! 하고 실소가 터져나올 정도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중에도
시간을 설명하는 문장들은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숫자를 들어 논리로 말하는 과학의 세계에서 발견한 심미적 감동의 순간들이라니.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떤 기대도 없었는데 (사실 뭘 기대할지도 몰랐는데) )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한 번 더 읽으면 이해가 되려나?!
그런데 물리의 세계가 이런 거라면,
고등학교 시절 제물포의 가르침이 전부가 아니었던 거라면,
아, 너무 근사한 세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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