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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책이야기

(25)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유쾌 통쾌 상쾌 의 만담. 편지글을 사랑하는 내가 여태 총총 에세이를 미뤄두었다니. 이슬아 작가의 글을 추운 겨울날의 날이 선 바람 같다. 차갑고 너무나 쨍하지만, 겨울을 겨울답게 만드는. 남궁인 작가는 슬의생의 의사 선생님들이 판타지만은 아니라는 증거가 아닐까, 그의 글이 궁금해졌다. 재밌다. 편지는 당사자들만의 내밀한 글일진데, 들여다보는 재미가 더해져서 일까. 덕분에 무지 키득거렸다. 정말 맛있게 쓰는 사람들이다.
밝은 밤 아픈 사람 모두가 단 한 사람이라도, 단 한 순간이라도 조금씩은 위로를 안고 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눈물이 주르륵. 좋은 이야기다. 큰 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환한 숨 조해진 작가의 문장은 서늘한 온기를 품은 것 같다. 나란히 둘 수 없다 생각한 단어들이 작가의 손을 지나 뗄 수 없는 문장을 만든다. 냉정하지만 마지막까지 시선을 둔다. 그는 오래 오래 생각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의 숨길 수 없는 일을 숨기는 사람 의 ‘당신 처남이 아니라’던 대사 의 ‘꿈’과 에서 그가 ‘개’를 만난 장면 의 단어, 용서. 나는? 난? 하는 생각이 자꾸 잡아 끌었다. 나는 느려졌고, 그래서 쉬어가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진실에 다가가도록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들을 존경한다.
스노볼 돔의 안과 밖을 두 달 연속 실감 중. 삶은 고유하다. 그것은 당연한 건 없는 세상에수 당연해야 하는 일.
휘파람 부는 사람 메리올리버💚 💚
슬픈 세상의 기쁜 말 거실창을 넘어 들어온 가을 볕이 목 뒤를 뜨겁게 데웠다. 비가 온 후로 날은 차가워지고, 밤 사이 스며든 한기가 좀처럼 쉽게 흩어지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빛이 있는 동안은 눈부심 때문에 멀리서만 바라보곤 했는데, 오늘은 그 시간에, 일부러 창가로 가 의자를 빼고 앉았다. 눈물이 터지려던 대목에서 매일 걸려오던 전화가 와 먹먹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 다정한 웃음이 말을 걸어와 눈물은 흐르기보다 그저 눈가에 머물렀다. 슬픈 세상의 사람들이 나를 바꾼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삶을 지고도 어쩜 그리 평범한 듯 살아가는지…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들 역시 가장 좋은 모습이 바라는 대로 변했길, 가장 좋은 모습의 미래가 되었길 간절히 기도한다. 슬픔을 뚫고 지나간 아름다움이 ‘우리’를 낳았다. 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미래는 과거의 결과이다. 과거는 돌릴 수 없으므로, 미래의 일부는 이미 절망이다. 하지만 과거가 남긴 후회 자체에 빠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선택은, 새 과거가 된다. ‘감옥은 장소가 아니라 관점이다.’ 죽음을 면하고서야 삶을 깨우는 아이러니는 상투적이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 노라의 선택이 주는 용기와 희망이 뭉클함을 주는 이유는 다양한 삶 하나 하나를 함께 지나며, 그렇다면 지금의 이 삶에서도 살아볼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슬픔과 아쉬움의 총량은 어느 삶에서나 불변일테지. 삶에 대한 일반화는 우주인을 고려하지 않은 가벼운 말이 아닐까 망설이곤 했는데, 그렇지, 사는게 결굴 그렇지, 하며 받는 위로가 있었다. 나의 이 있다면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두꺼운 분량을 ..
지구 끝의 온실 역사를 공부하면서 반복되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갈 지혜를 구하는 것이라 배웠다. SF 소설을 읽으면 미래를 상상하며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짐하게 된다. 나는 역사보다는 소설이 와닿는다. 퍼져나가는 식물이 나는 좀 무서웠지만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시켜 줌으로, 살아있음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세계가 있었다. 그런 것이라면 동물이 아닌 식물이어서 다행이기도 했다. 나오미와 아마라 중 누가 언니이고 동생인지 자꾸 헤갈리는 바람에 멈칫 거렸는데, 이야기 진행에 전혀 상관없던 일. 가끔 이렇게 이상한데 걸려서 미로 속에서 책을 읽는다. 학생 때 싱가포르와 조호바루로 아웃리치를 다녀온 적이 있다. 바다가 멀지 않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에, 처음보는 나무가 널렸던 곳. 낯선 장소가 아니었다, 지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