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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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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 질문. 나라면. 1. 시간 여행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거로 갈 것인가 미래로 갈 것인가 2. 나선형 시간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가 3. 미래를 알기에, 누군가의 삶에 개입할 것인가 4. 개입의 근거는 주관적일텐데 책임은 어디까지 질 수 있을까 5. 사랑하니까 하는 거짓말은 어디선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_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일이 있으니 과거로 가는 것일테고,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격려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미래로 가는 것일테다. 과거쪽으로 기운다. 아이는 당연히 미래로 간다던데. 시간이 자꾸만 물러나니, ‘내일’을 예측하는 것도 ‘오늘’을 기록하는 것도 의미 없어지고만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원인과 결과가 나란히 늘어서고, 벌어진 일의 이유를 알고나야 일단락이 짓고 넘어갈 수 있는 나는 그대..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 종이책의 물성을 사랑한다고 오랫동안 말했고, 눈의 피로를 걱정하는 인간이므로 전자책에는 일절 관심이 없(는 척이)었지만, 먼 여행길에 짐을 줄이고픈데 그렇다고 단 한 권의 책을 들고 떠나자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전자책을 다운받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온라인 서점 세 군데의 앱과 그에 딸린 리더기능을 하는 앱 및 전자도서관 앱등을 지나치게 많이 깔아 첫 화면에 정리가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접근이 쉬워진 기분탓에 패드만 붙들고 있달까. 암튼. 쉬운 독자 역할을 마땅히 기억하고 이제사 전자책의 장점을 하나 둘 발견하던 중인데. 이 책을 보며 무릎을 탁! (실은 책상을 톡!) 하고 치고야 말았다. 미술 작품을 다룬 책에서 늘 아쉬웠던 현상, 그림이 나뉘거나 가운데로 말려들어가는 (바람에 살금살금..
단 한사람 와우! 나에겐 이소설이 마술적리얼리즘이다. 멈출 수 없는 이야기. 소설에 관한 어떤 소문도 듣지 못한채 읽기 시작했다가 둘이었다 하나가 된 나무 이야기에 놀라 어두운 밤 중에 창밖의 나무를 한참을 쳐다았다. 말을 걸 것 같아서. 같은 상황을 다르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건 몸도 마음도 너무나 분주해지는 일이다. ‘다름’이 애초의 초기 설정값이라는 걸, 나는 얼마나 더 읽고 보고 경험해야 더이상 놀라지 않으려나. 그 다름 때문에 세상의 많은 생명이 구해지고, 여러 삶이 보살펴지고, 그럼에도 불구한 일들이 일어난다. 포기와 단념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이유들이 피어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딱! 있지만 책을 읽을 이들을 위해 입을 닫아야하는 이 내 독후감이라니. 다음엔 구의 증명을 읽어야지. 놀라운 ..
오렌지 베이커리 우리동네 최고의 베이커가 스토리에 올린 것을 보고 담아두었더랬다. 베이커가 추천하는 베이커리 이야기! 시간에 따라 기술된 문장들은 그저 담담했고, 그럼에도 그 사이에 고인 눈물과 고단함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누군가의, 혹은 나의 매우 있을법한 오늘 이야기. 이 이야기를 읽는 모두는 앨이기도 키티이기도 할 것이니, 손을 심장 주변에 얹어둘 수 밖에 없는 저릿함이나 큰 숨을 몰아쉬게 되는 안도에 공감할 것이다. 요리라는 건 정말 강력한 힘이 작용하는 일인가도 싶다. 메뉴를 고르고 재료를 준비하고 맛을 그리고 바쁘게 손과 발을 놀리고 굽고 끓이고 볶고 섞어서 기어이 입에 넣고 싶은, 배고프지 않아도 어서 맛보고 싶은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다고 하게 되는 일은 ..
삶의 발명 신간으로 나오자마자 구입해두고 기다리던 여행을 위해 아껴두었다가 비행을 기다리며 첫 챕터를 읽기 시작해 여행의 마지막날 이른 아침에 마지막 장을 덮었다. 좋아, 완벽했어. 삶에서 나아감이란 알고 있었거나, 모르지 않던 것을 내 목소리로 인정해나가는 과정을 살 때 벌어지는 일이다. 애써 의식하거나 기꺼이 수고하지 않으면 그 과정을 실감하기도 실은, 쉽지가 않지만. 나를 위해 한 마디를 보태자면 이치와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는 의무를 새기기보다, 어차피 평생을 배워가야 하는 일이며 완성은 없다 여기자 하고나면 할 만도 한 것이다. 정혜윤 작가의 글은, 이야기는, 여러 번 말하는 것 같지만 나를 세상 속으로 끌어낸다. 나를 나의 세상 밖으로, 그러니까 당신들의 세상 속으로 끌어낸다. 나의 세상에 갇혀있다 여기지..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정세랑, 재밌는 이야기로 돌아오다. 길고 긴 여정에 절대로 식지 않을 애정으로 함께 따라 나선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나야나)
삶의 모든 색 이 책의 아름다움은 빛을 머금은 일러스트 자체에 있고 그림과 손잡은 문장들이 하나같이 우리 자신이라는 데 있다. 정말 아름다운 책이야.
미지의 걸작 김영하 작가가 들려준 발자크 평전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들던 차, 리스본의 책장에서 발견하고는 데려왔다. 표제작보다는 이 좀 더 재미있었다. 굴러떨어진 게 머리라니. 웃기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고, 역시 ‘재미’ 라는 건 양극을 달릴 때 극대화되는가 싶다. 소설이 재밌으면 읽고 나서 하고 싶은 말이 자꾸 생긴다. 한 편의 근사한 작품이 긴 여운으로 순간마다 영감을 불어넣듯이. 다들 훌륭하다 하는 인물에 대해서라면 미묘한 반감부터 가지면서도, (그래서 궁금하지만 바로 다음날 책을 사지 않았지. ) 발을 걸치고 나면 이렇게 쉽게 또 넘어가는 세상 쉬운 독자가 나다. 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