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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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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책읽기 84권. 흐뭇. 백 권을 목표로 달린 건 아니지만 읽히지 않던 시간에 그냥 읽기라도 할 걸 그랬군 아쉬움이 남는다 늘 책을 좋아하지만 한 해에 이만큼을 읽어낸 건 처음이다. 부디 처음이자 시작이길 바란다.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 가슴이 벅차는 경험 찌그러진 마음을 책선물로 반듯이 편 순간 한 권만 골라봐!하는 말이 반가웠던 어느 날 그냥 어쩔 수 없는 일 아닐까. 이고지고 가야하는. ㅎ
상아의 문으로 🔖 영겁의 꿈에 갇혀 이 가벼운 책 한 권을 일주일이 넘도록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간 읽어온 작가의 소설은 한달음에 끝으로 갈 수 있었는데, 이번엔 쉽지 않았다. 숨이 차는 긴 문장은 낯설고, 한 문장 안에서도 여러 번 표정이 바뀌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책장을 넘겼을 뿐인데 아까 거기가 아니었다. 내가 빨려 들어간 통로가 ‘뿔로 만든 문’이 아니라 ‘상아의 문’이었기에 나의 곤란함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진여가 서 있던 눈 내리던 길, 나무가 늘어선 숲, 사방의 벽이 하얗던 그곳을 안다. 두려움이 흘러넘치지 않게 하느라 내가 나를 놓친 적도 있다. 치명적인 속삭임에 귀가 먹먹해지는 감각도 알고 있다. 그래서, 혼란한 중에도 계속해서 빨려들어 갔다. 의심과 물음이 꼬리를 ..
완벽한 날들 올해 메리올리버의 책을 모두 읽기로 결심하였고, 그런 줄 알아서 기뻤는데, 새 책 가 최근에 나와서, 너무 반갑다. 내년에도 메리 올리버는 계속 💚
다정소감 현실에서 웃음이 터져버렸다. 책을 읽으며 울기는 잘 해도 웃는 건 드문 일인데 큭. 그리곤 이내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단어’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금방 떠올랐다. 반성도 하고, 다짐도 했다. 한 편의 글로도 충만하다. 산문을 쓰려면 자기를 얼마나 드러낼 것인지 아슬아슬한 밀당이 벌어지고 작가는 그 밀당에서 이기거나 져야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하나는 놓아야 한다고.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소감’ 중 하나를 말하자면. ‘한 편의 글’ 이라는 건널목을 무사히 지난 이야기에서 ‘자기’는 이제 자신만의 ‘자기’가 아니게 됨으로 조금은 홀가분하지 않을까 호기심이 일었달까. 진짜를 담은 작가의 ‘자기 이야기’는 나를 비롯한 수 많은 독자에게 날아가 사뿐 내려 앉겠지. 글의 힘에 대해서 안..
날마다 만우절 다리를 절고, 발걸음이 전다. 그런 이들이 유독 문장을 지나는 눈길을 늦춘다. 뚜벅뚜벅 두 발이 같은 속도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새삼 느끼면서도, 실은 살면서 그렇게 나아가기보다는 절며 나아가는 일이 많지 생각한다. 한 사람의 생애가 한 문단으로, 단편의 글로 남는 신비를 본다. 그렇게 남겨진 생의 주인은 아쉬울까 그마저 다행일까. 글을 쓰기 시작한다는 나에게, 엄마는 무턱대고 나도 할 말이 많은데…라고 말했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써야하는 것 중에 엄마의 이야기가 있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엄마, 가족의 이야기는 제일 어려운 거야. 그 사람을 온전히 들여다보기 전에 내 감정이 자꾸 섞여서 방해를 할테니까. 나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라고 엄마가 맘 상하지 않..
순례주택 순례씨같은 어른과 곁을 나누고 산다면 삶이 얼마나 포근할까. 판타지일까. 가족과는 역시 어려운 일이고. 유은실 작가의 동화집을 즐겁게 읽었고 아끼던 책은 나의 아이에게 물려주었다. 여전히 유쾌하고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쓰고 계시네. 간직하던 이름을 내어주어 고맙습니다.!
owls 자연의 기록을 보면서 머리를 식혔다 아무런 상관없는 낯선 부엉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시간을 잘 보낸다. 무섭고도 귀여운, 슬쩍 피했다가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부엉이의 눈은 신비롭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귀여운 책
삶은토마토 침대에 누워 까무륵 잠이 들었다 깨면서 읽어내려간 책.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밤을, 온수매트가 몸을 데워주는 날을 함께 맞았다. 무엇을 먹어도 상관없지만, 꼭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삶은 선명하다. 음식을 가리진 않지만, 어떤 음식을 보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는 삶으로 몸이 기운다. 삶의 어떤 구석이라도 오래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