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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11-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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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 이언 매큐언 ​ 오늘, 이런 기분. 어떤 것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는 지금 대단한 이 소설을 읽은 것이 위로가 된다
단편소설 글자와 문장을 있는 그대로 읽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혹은 수 년전 내게서 일어났던 일인 것만 같다. 이럴 수가 있나. 이렇게 끝인가. 마치 익숙한 배경을 심어둔 헤어나올 수 없는 판타지에 빠진 기분이었다. 번역가의 해설을 읽고나니 (반이나 이해한 걸까 싶지만, 고등학교 문학시간의 의미 찾기 짝대기가 될까봐 흘려 읽은 것도 있지만) 소설 속 작은 물건들과 주인공들의 숨소리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는 듯 하여, 이것이 내게 진정한 판타지가 되어버렸다. 단편의 매력. 처음이 아닌데. 무라까미 하루끼라는 작가가 애정했기에 공을 들여 레이먼드 카버의 책을 모두 일본어 완역을 했다고 한다. 난 무라까미 하루끼는 잘 모르지만, 그 작가를 사랑하는 임경선 작가를 애정하기에 그의 노력에 덩달아 박수를 친 후였다. ..
읽는 중 ​ 아름다운 책이다. 글. 어떤 사람이 쓰는가.
2015/08 ​ 삶에서, 자기가 사는 모습에서 한 발 떨어져 자신을 보기란 시도조차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손가락이 문장을 따라가며 입으로는 중얼거리며 그렇게 읽게 되는 주옥같은, 게다가 참 깔끔한 문장들. 이유있는 + 그래서 더 빛나는 그녀의 스타일은 나의 롤모델. 그녀의 책을 읽을 때마다, 출근과 퇴근이 반복되는 그녀의 하루를 (트윗으로) 볼 때마다 '글쓰기'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솟는다. 그러니 일단 행동으로...... 그거지요?! 그림. 그림책. 운명이 될까 미련으로 밝혀질까. 이 역시 붓을 들기 전엔..... 마치 휙휙 그려내는 듯한 설명과 그림이다. (백주부의 요리 스타일 느낌으로~?!) 그 덕에 비전공자, 그래서 용기내어 화실 등록 했다가 선긋기에 질려버린 누군가에겐 아주 반가운 분위기..
2015/07 ​ 마구 흡수되는 육아서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자극을 위해 한 달에 한 권은 읽어보기로 하고는 끼고 있었던. 대략 훑어보고 지금의 아이에게 해당하는 부분은 천천히 읽어보았다. 약간의 기록. 덕분에 지혜가 깨어나길. ​ ​​ 읽는 내내 손 끝이 건반에 닿아있고 귓가엔 연주가 이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작고 울림이 긴 그랜드 피아노가 거실에 놓여있는 상상을 하며. 피아노에 대한 글쓴이의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야기들. 뒤로 갈 수록 아까워 게으름을 피우며 읽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도 끝난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든다. 연주가 들리는 동안, 가끔 악보를 꺼내보는 한 그 이야기들이 이어질까. 뤼크처럼 무언가를 복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통찰은 신비롭다. 피아노는 가장 아름다운 악기. 언제나처럼 내겐. 지..
에브리맨 에브리맨 저자 필립 로스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9-10-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늙고 죽는다...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한...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죽음은 삶의 일부라고 하면서. 삶의 불안이 죽음을 두려워하게 만든걸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이어야 가뿐해진다던데. 아직 난 죽는 게 두렵지 않다고 말하기엔, 떠오르는 것들이 넘 많네. '그'의 죽음 그 순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간 이백 페이지 분량의 삶. 소설로는 짧지만 이만큼의 이야기로도 그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준 셈이다. 긴 사연이 그를 더 잘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라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들어주는 사람도 괜찮지 싶다. 환희와 기쁨으로만 가득찬 회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후회,..
나는 오늘도 유럽에서 클래식을 듣는다 나는 오늘도 유럽에서 클래식을 듣는다 저자 하석배 지음 출판사 인디고 | 2013-01-20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유럽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힐링의 클래식’을 만난다!테너 하석배... 유럽 + 음악 이야기. 꺄악. 참 좋다. 유럽의 도시들을 테마로 선정한 만큼. 그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도 거길 한 번 가야하는데 ... 하는 마음을 아주 제대로 먹게 만든다. 궁금을 견디다 몇은 멜론으로라도 들어보겠다며 검색, 검색. 난 이렇게 뒷얘기에 자극을 받는 모양이다. 책도 '책에 관한 책'이 재미나고 그림도 '그림에 얽힌 어쩌구'가 끌리고 음악 얘기도 들으니 더 흥미가 진진! 그가 진행했던 말랑말랑 클래식을 열심히 들었는데. 그 때 받은 '친절하고 이야기꺼리가 넘치는 음악가'의 느낌이 고스란히 글에도..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저자 박준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12-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박준 시인이 전하는 떨림의 간곡함!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 시집을 마음 먹고, 아니 마음 열고 읽은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시인들의 언어는 참 다르다. 나도 아는 말인데, 읽는 순간 그 말의 느낌이 그렇다. 부드럽지만 약하지 않다. 페이지 마다 넘치는 여백에 감정이 느껴진다. 시는 참 쓰기 어렵다던데 시를 읽고 있자니 거저 뭔가 얻어가는 기분이다. 작가가 시를 썼기 때문이지만, 내가 그것을 시로 읽게 되는 경험이 소중하다. 젊은(?) 시인 박준의 이 시집은 '시집'을 시작하는 내게 아주 적당했다. 올해의 두 번째 문장을 만난 시를 옮겨본다. 당신의 연음(延音) 맥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