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이야기/2021

(85)
휘파람 부는 사람 메리올리버💚 💚
완전한 휴식속으로 풍덩! 이렇게 많고 많은 푸른 빛의 그림. 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한 두 편의 글을 읽어주기도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몇 장 같이 보기도 했다. 수영이 그리운 사람도 수영이 뭔지 모르는 사람도 이유는 달랐지만 글과 그림에 공감하면서. 여름이라면 더욱 좋겠다. 어느 여름 휴가에 시원하게 들고나서면 더. 우지현 작가의 뒷모습 그림들을 좋아한다. 그 분위기가 그대로 담긴 글이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거실창을 넘어 들어온 가을 볕이 목 뒤를 뜨겁게 데웠다. 비가 온 후로 날은 차가워지고, 밤 사이 스며든 한기가 좀처럼 쉽게 흩어지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빛이 있는 동안은 눈부심 때문에 멀리서만 바라보곤 했는데, 오늘은 그 시간에, 일부러 창가로 가 의자를 빼고 앉았다. 눈물이 터지려던 대목에서 매일 걸려오던 전화가 와 먹먹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 다정한 웃음이 말을 걸어와 눈물은 흐르기보다 그저 눈가에 머물렀다. 슬픈 세상의 사람들이 나를 바꾼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삶을 지고도 어쩜 그리 평범한 듯 살아가는지…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들 역시 가장 좋은 모습이 바라는 대로 변했길, 가장 좋은 모습의 미래가 되었길 간절히 기도한다. 슬픔을 뚫고 지나간 아름다움이 ‘우리’를 낳았다. 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미래는 과거의 결과이다. 과거는 돌릴 수 없으므로, 미래의 일부는 이미 절망이다. 하지만 과거가 남긴 후회 자체에 빠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선택은, 새 과거가 된다. ‘감옥은 장소가 아니라 관점이다.’ 죽음을 면하고서야 삶을 깨우는 아이러니는 상투적이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 노라의 선택이 주는 용기와 희망이 뭉클함을 주는 이유는 다양한 삶 하나 하나를 함께 지나며, 그렇다면 지금의 이 삶에서도 살아볼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슬픔과 아쉬움의 총량은 어느 삶에서나 불변일테지. 삶에 대한 일반화는 우주인을 고려하지 않은 가벼운 말이 아닐까 망설이곤 했는데, 그렇지, 사는게 결굴 그렇지, 하며 받는 위로가 있었다. 나의 이 있다면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두꺼운 분량을 ..
지구 끝의 온실 역사를 공부하면서 반복되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갈 지혜를 구하는 것이라 배웠다. SF 소설을 읽으면 미래를 상상하며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짐하게 된다. 나는 역사보다는 소설이 와닿는다. 퍼져나가는 식물이 나는 좀 무서웠지만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시켜 줌으로, 살아있음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세계가 있었다. 그런 것이라면 동물이 아닌 식물이어서 다행이기도 했다. 나오미와 아마라 중 누가 언니이고 동생인지 자꾸 헤갈리는 바람에 멈칫 거렸는데, 이야기 진행에 전혀 상관없던 일. 가끔 이렇게 이상한데 걸려서 미로 속에서 책을 읽는다. 학생 때 싱가포르와 조호바루로 아웃리치를 다녀온 적이 있다. 바다가 멀지 않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에, 처음보는 나무가 널렸던 곳. 낯선 장소가 아니었다, 지구 끝..
하나를 비우니 모든게 달라졌다 때론 수십권의 책을 읽어도 그 안에 답이 들어있지 않음을. 이런 책들을 자꾸 찾아 읽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 잘 하고 싶은 마음때문이겠는데 막상 읽고나면 잘 하고 있음을 확인하고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비움과 정리, 절약과 자유에 관한 반복되는 질문에 나의 답을 꺼낼 때. 그들의 명쾌함은 자신만의 답을 찾았기 때문임을.
살림 비용 24. 나는 지난날의 복원을 바라지 않았다. 내겐 전혀 새로운 구성이 필요했다 이 문장 하나로 나는 이 책 한권을 다 읽은 것처럼 충만해졌다. 책을 읽음으로 얻는 많은 이로움 중 하나는 우연히 만나는 문장들을 통해 나도 모르는 내 삶의 어느 때에, 나의 현재와 내가 원하는 바에 대한 자각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자각과 각성이 반드시 성취와 보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해도, 문장이 들어와 꽂히며 내 안의 어느 부분은 이해를 받고 어떤 시간은 위로를 받는다. 작가는 이혼 후, 결혼 생활을 끝냈다. 이혼 후의 삶은 끊임없이 이미 끝난 시간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만든다. 작가의 성찰과 서러움에서 부화한 문장 사이로 나는 낡은 동전 냄새를 품은 런던을 상상해본다. 강하지만 거칠지 않은 문장들이 삶의 불안을 누르고 ..
달러구트 꿈 백화점2 본격적인 꿈 에피소드가 등장하기 전까지 시간이 너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지만 어느샌가 책이 끝나는 아쉬움 때문에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1권도 그랬는데. 작가의 머릿속에는 이미 이 세계가 완벽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믿을 수 있다. 믿쑵니다!! 다음, 그 다음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기차를 타고 달려 도착한 새로운 장소들로 배경이 확장되고, 은밀한 의도를 실천한 산타는 고정된 역할에서 통쾌하게 비뚤어진다. 페니가 내 놓는 방법은 언제나 빠져있던 시간들의 대가이고 몰입한 사람의 에너지는 역시나 모두에게 이롭다. 막심에게 건넨 선물이 드림캐쳐라니, 이 이야기들은 앞으로도 더 먼 밤하늘을 날겠구나 짐작한다. 등장인물의 꿈이 (마음이) 두 손에 가만히 담긴 듯 소중하게 다뤄지니, 읽는 동안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