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547) 썸네일형 리스트형 나인 외계인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만 같다. 이 지구에 인간 뿐이라면 낭비이겠고. 들을 줄 아는 동물보다 듣고 있는 식물쪽이 더 큰 위로다. 성장하는 이야기는 따뜻해. 인간이든 인간이 아니든,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름답다. 몫 제비심장 철상자는 몰랐다 조선소 노동자도 그렇지. 스카프,페인트,용접,작업복,크림빵,조선소마을은 모르지 않았는데 내가 알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표지의 뒷편에도 나와있는 소설의 소개를 나는 50페이지가 넘도록 보지 못했다. 아마 이 소설은 내가 읽어주기를 바랐던 것이겠지. 감정이입이 벅찬 내가 지레 피하게 될까봐 그저 오렌지빛 그물만을 펼쳐 나를 잡아끈 것일테지. 철상자에 날리는 철가루들에 숨이 막혀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삭막한 문장에 치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을 올려다보느라 끝까지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소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는 평론의 일부를 실감한다. 문학의 아름다움을 밀어두지 않고, 소설의 경계를 넓히며, 독자로 하여금 그 너머를 궁금해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그래.. 브로콜리 펀치 별안간 벌어진 일을 천연덕스럽게 겪고나면 어떻게든 삶은 이어지는구다. 왜 브로콜리이고, 왜 밥그릇의 얼룩인지, 왜 손톱인지는 왜인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렇게 벌어지는 것 뿐. 이건 다 소설이니까, 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어렸을 때 읽은 엄청난 동화들이 마지막에는 그래도 안심할 수 있었던 것처럼, 다독이는 마지막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안녕한가 무과수의 일상기록. 성실한 기록의 가치는 그 기록이 쌓이는 동안 자신을 발견하고 찾게 된다는 데 있다. 두고두고 돌아보며 웃을 일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기도 하다. 편집된 기록 덕분에 행복한 것이 아니다. 다음장으로 넘어가는 동안, 그 사이에 차마 담기지 못한 감정과 흔적의 존재를 성실한 기록자만은 알고 있기에, 단단하게 그 모든 것을 품고 그저 나아감으로 행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단 하다보면 되는 일들이 있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바라보는 일들이 그렇겠지. 행성어서점 2022년의 화두는 ‘우주’ 다. 그래서 아껴둔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올해 첫 책으로! 작가의 소설은 우주, 상상, SF, 미래 같은 단어들로 이루어져있지만 나는 그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지금, 여기, 오늘을 만난다. 작년에 김초엽 작가의 책이 많이 나왔다. 그녀는 책 쓰는 기계인가 ㅎ 하나씩 알사탕 빼먹듯이 찾아 읽을 생각에 벌써부터 신나. 2021 책읽기 84권. 흐뭇. 백 권을 목표로 달린 건 아니지만 읽히지 않던 시간에 그냥 읽기라도 할 걸 그랬군 아쉬움이 남는다 늘 책을 좋아하지만 한 해에 이만큼을 읽어낸 건 처음이다. 부디 처음이자 시작이길 바란다.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 가슴이 벅차는 경험 찌그러진 마음을 책선물로 반듯이 편 순간 한 권만 골라봐!하는 말이 반가웠던 어느 날 그냥 어쩔 수 없는 일 아닐까. 이고지고 가야하는. ㅎ 상아의 문으로 🔖 영겁의 꿈에 갇혀 이 가벼운 책 한 권을 일주일이 넘도록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간 읽어온 작가의 소설은 한달음에 끝으로 갈 수 있었는데, 이번엔 쉽지 않았다. 숨이 차는 긴 문장은 낯설고, 한 문장 안에서도 여러 번 표정이 바뀌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책장을 넘겼을 뿐인데 아까 거기가 아니었다. 내가 빨려 들어간 통로가 ‘뿔로 만든 문’이 아니라 ‘상아의 문’이었기에 나의 곤란함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진여가 서 있던 눈 내리던 길, 나무가 늘어선 숲, 사방의 벽이 하얗던 그곳을 안다. 두려움이 흘러넘치지 않게 하느라 내가 나를 놓친 적도 있다. 치명적인 속삭임에 귀가 먹먹해지는 감각도 알고 있다. 그래서, 혼란한 중에도 계속해서 빨려들어 갔다. 의심과 물음이 꼬리를 ..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6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