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2025 (24) 썸네일형 리스트형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이미 유려하고 능숙한 말과 글로 유명하지만짧은 문장에 실리는 그만의 오래된 이야기는소소한 행복이 느껴진다. 빛과 실 162. 5월 1일 대문을 들어서면 라일락 향이 그득하다.- 우리 동네 라일락은 한참 전 부터 먼저 봄이었다. 해가 지면 라일락향이 더욱 짙어지니 밤산책이 자꾸 하고 싶어지고. 멀리 어딘지 모를 거울이 여덟개나 있는 작은 정원이 품는 향기가여기에 닿은 듯하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감문과 수상 기념 강연의 원고, 장편을 낳은 이야기, 정원 일기와 시들이 담긴 새 책. 신간이라해도 가만한 목소리에 실려 익숙하게 느껴지고이전의 책이라해도 막 지난밤을 지나온 듯 멀지않다. 한 손에 들리는 작은 책이 한달음에 품으로 들어온다. 우는 나와 우는 우는 75. 차차 두려움은 수그러들었다. 사랑은 때로 힘들었지만, 그것은 그냥 사랑이라는 게 원체 어려운 것이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참 어렵다. 이 일의 어려움은 풀기 힘든 문제 앞에 앉았을 때, 포기해도 그만일 때를 넘어선다. 저린 몸이 미지의 끝에 가까이 가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따른다. 사랑하는 일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음에 있다. 이 이야기는 무겁다, 는 온라인 서점의 리뷰를 보았다.이 이야기는 무겁지 않다. 다만 어렵다.실패가 패배가 아니듯 이별은 사랑의 팔이자 다리인지도 모른다.열 세개의 우체국 상자를 닫는 은빈과 우를 바라본다. 눈물과 콧물이 섞이도록 웃는 은빈과 우를 그려본다. 나란히 걷고 앞뒤로 흐르는 은빈과 우의 한 때를 담아본다. 은빈이 하지 .. 새 마음으로 197. 나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늘 뭉클해지지만, 아마도 그건 기계를 잘 모르는 이들의 기도일 것이다. 어떤 일이 자기 손을 떠나서 할 수 있는 게 더이상 없을 때 올리는 게 기도이기도 하니까. 기계를 아는 기장님들은 차분하게 묵묵히 조작할 뿐이다. 그때부터는 모든 게 기장님들의 손에 달렸다. _머리보다도 몸으로 하는 일이 얼마나 귀한지 되새긴다. 주어진 일을 꾸준히 반복하여 자신만의 기술을 갖고, 연륜을 이루는 사람은 위대하다. 성실함이 얼마나 힘있고 귀한 열매인지, 한 사람의 지나온 시간을 그보다 더 정직하게 담을 수는 없다는 것을 실감하며 어른이 된다. 마침 그런 이야기가 담긴 다정한 대화를 책으로 만나 즐겁게 읽었다. 이슬아 작가의 이웃 어른 인터뷰집.어른이라는 단어가 포근하게 들린다. .. 버넘 숲 392. 자기가 주도적으로 상황을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나아진 레이디 다비시는 결국 이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닌 일로 야단 법석을 떨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날 오후 정신 건강 워크숍에서 들려줄 이야깃거리로 괜찮겠다고 용감하게 생각했다. __ 자신의 입장에서만 심플한 억만장자와 하염없이 흔들리는 버넘 숲의 사람들. 억만장자식의 ‘심플한’ 일처리는 식상하고버넘 숲 회원들도 좀 시시했다. 착각 덕분에 살 수 있는 걸까 싶은, 레이디 다비시의 문장이 남은 걸 보니역시 다소 아쉬운 소설이다. 완독이 가능했던 것은 기다리는 책들 덕분이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89. 주님루비앨리스에이커스를도와주세요아멘. 선을 행하는 태도가 자연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가게 될 곳은 천국일 것이다.세상에 속해있는한어디서 시작된지도 모를 시선으로 평가받기 일쑤고, 외면당하고 비난받는다. 인간은 초연할 수 없다. 좌절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며 피를 쏟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고통에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었다빅토리아는. 한 문장으로라도 기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진심어린 기도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귀한 마음이다. 하지 않음을 치우치지 않음으로 착각하고 안도하기보다한 문장의 크기만큼 실천함으로 선함을 삶의 태도로 입은 사람이고 싶다._유행따라 읽지 않으려 베스트셀러 목록과 의미없는 신경전을 하곤하는데, 어차피 만날 진다.엄청난 속도로 읽히는 이.. 설자은, 불꽃을 쫓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이제 다시 3권을 기다려야하고.설자은 이야기는 정세랑 작가의 팬인 나와 H, 아이까지 셋이 같이 시작했다. 해가 바뀌며 2권은 언제 나오는지 디엠으로 물어볼까, 기억이 돕기위해 복습을 해둘까, 즐거운 기다림을 이어갔고. 자은이 불꽃을 한창 쫓는데독감으로 침대에 갇힌 아이가 1권을 휘릭 보는 것 같더니 마스크를 하고 와서는 언제 끝나냐며 문 앞을 지키고 섰다. 기꺼이 읽던 책을 내주었고, 이제 두 권을 다시 꾸려 H에게 보낼 차례. 함께 읽는 즐거움이 크다. 한 권씩 한 권씩 차례로 사모으며 추억도 쌓이고. 자은에게, 그리고 도은에게도 정이 들어버렸다. 작가도 그렇지 않을까. 아마 살아가는 내내 그 인물들과 다른 시대를, 함께. 살지 않을까. 잘 알아야 하기도, 잘 알기도, 하지만..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506. 남작은 기억이 아니라 습관을 따르는 사람처럼, 주저하지 않고 도로에서 돌아서서 제방을 내려가 과감하게, 하지만 평소처럼 불규칙한 걸음걸이로 이따금 살짝 균형을 잃으며 숲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출발했다. _ 주인공답게 늦게 등장해 주인공 아니랄까봐 서둘러 사라진 남작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데, 정말 그런가. 인생을 자신의 뜻대로만 살 수 없지만세상은 개인을 너무나 가만 안두기도 해.만연체의 위협을 극복하려 연필을 들고 앉아 마침표가 나올 때마다 동그라미를 쳤다. 그 재미도 있었다.긴 문장에 숨차던 소설이 중간쯤엔 읽을만해졌고 몰아쳐 읽기도 했고읽은만큼 잊기도 했다. 정말 제대로 읽어낸 걸까 싶지만 벽돌책 완독만으로 일단 기쁘다. 책장을 덮고나니 기억나는 장면이 적지 않다.그렇게나 길게 말하는 ..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