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죽음은 삶의 일부라고 하면서.
삶의 불안이 죽음을 두려워하게 만든걸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이어야 가뿐해진다던데.
아직 난 죽는 게 두렵지 않다고 말하기엔, 떠오르는 것들이 넘 많네.
'그'의 죽음 그 순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간 이백 페이지 분량의 삶.
소설로는 짧지만 이만큼의 이야기로도 그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준 셈이다.
긴 사연이 그를 더 잘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라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들어주는 사람도 괜찮지 싶다.
환희와 기쁨으로만 가득찬 회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후회, 실수, 덜 나은 선택으로 가득찬 것이 결국 삶이구나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는 마냥 슬프지만도, 마냥 맥 빠지게 하지도 않는다.
죽음의 맞은 편에 서 있는 것이 '삶'이라면 그저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거의 단문이어서 더욱 담담 + 담백하게 느껴진 길지 않은 장편소설을 읽고, 내게 남은 건
그 담담함을 내 몸에 익숙하게 만들고 싶은, 내 삶에 대한 애정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 소망? 정도로 해두자.
책의 겉모습도, 내용도, 문장도, 시선도 참 시크하다.
내겐 이런 게 시크한 매력이다.
2013/07
p.78 그러나 묘하게도 움질일 수 없다는 것이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수많은 생각들이 저절로 떠올라 천천히 움직이는 시간을 채웠기 때문이다.
p.39 밖으로 나갈 터널을 뚫기 시작했다. 그게 보통 인간이 하는 일 아닐까? 그게 평번한 인간이 매일 하는 일 아닐까? ... 그는 어떤 일이든지, 무슨 일이든지 멋대로 하고 다닐 자유에 굶주렸던 것이 아니다. 정반대였다. 그는 자신이 놓인 처지를 혐오하면서 내내 뭔가 안정된 것에 굶주려 있었다. ... 그는 특별하고자 한 적이 없었다. 다만 나약했고 공격에 무방비 상태였고 혼란에 빠져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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