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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1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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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고 앉아 카프카를 읽었다.
한 문장을 여러번 읽는 일이 반복되었다.
읽는 동안 고개를 흔들기도 여러 번 이었다.
그러면서 접어 둔 때문에, 책의 한 귀퉁이가 반쯤은 부풀었고.
[변신] 때문이었다.
의인동화를 위해, 제대로 된 '체험의 현실화'를 읽어보라는 권유때문이었다.
미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첫 문장에서 그렇게 변해버린 그레고르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루 아침에 단단한 등껍질이 생긴것 처럼,
어느 날 아침에 가족의 환영을 받는 모습이 되겠지...하는 간절한 바람은
방 구석에 뒹구는 먼지 덩어리에 섞이며
오히려, 그의 마지막 밤에 진정한 안도의 한숨이 되어 날아갔다.
잔인하고, 리얼하다.
그레고르의 모습도, 맞은편에 서고 말았던 내 모습도.
끝나자 마자 다시 한 번 더, [판결]은 한 자리에서 두 번을 읽었다.
재미있어서도, 이해가 안되서도 아니었는데
두 번읽는게 금지된 일은 아니지만 지금도 이유를 모르겠다.
[학술원에의 보고]는 재미있다.
조금씩은 심각한 다른 글들과는 달리 (물론 주제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심각한 안경에 벗겨진 머리를 한 사람들이 빼곡한 강당에서
심드렁하면서도 쿨하게 보고하는 녀석이 그려졌다.
깊고 어두운 땅 속에서 앞니로 땅을 긁는 두더지가
주택가 시궁창을 돌아다지는 생쥐가 되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자기 세상에 빠져있는 내가 된다.
[굴] 속에서.
천만 돌파 영화와 시청률 최고의 드라마를 치고도 남을
긴 여운과 깊은 공감의 힘을 가진
한 두 페이지 분량의 이야기 26편도 있다.
알려진 소설들보다 더 좋았다.
내 손에 들린 책을 보며, 친구가 어떠냐 물었었다. 자기도 주문했다며.
그때 나는 '어렵다'고 대답했는데
막상
이 글을 쓰자고 목차를 뒤적거리며 들떠있는 지금을 보니
그렇지만은 않았구나 싶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아온 카프카의 소설.
그렇지만 왠지
오롯이 내것이기만 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