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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9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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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듣고 자란 이야기의 힘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 이야기 꿈을 꾸게 만드는
깊고도 질긴 것이다.
어릴 때 듣던 전래동화 테잎은
이젠, 모두 어딘가로 사라졌지만
호랑이가 어흥하는 소리,
장화가 물에 빠질 때 튀기던 물소리,
콩쥐의 수줍은 자기소개까지
아직도 내 귓가에 생생하다.
눈을 감으면, 테잎을 들으며 상상했던 장면들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새삼 신기하다.
벌써 이십여년이 지났는데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그대로 있는 것들이 있구나.
이렇게 새삼스러워서 일까.
아님 늘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엔 사는게 너무 바빠서 일까.
어른들의 선택은 얼마나 쉽고 순간적인가 싶다.
물론, 지혜로운 엄마들도 많다.
그들의 움직임과 끊임없는 관심이 지금의 아동문학을 있게 했음도 물론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며 만나는, 동화공부를 하면서 접하는,
경우들을 보면 ( 대부분 '아이가 더 잘되라고'를 의도할 때이고)
어른의 선택들은 안타까움으로 이어진다.
전집을 선택하진 않으나, 인기 시리즈들은 꼭 세트로 사주고. (전집과 세트의 차이가 뭐란말인가.)
들려주기와 그림보기의 과정이 소리내어 읽기보다 수준이 낮다고 생각한다.
논술 준비의 첫걸음은 독서로부터라고 굳게 믿고,
한 편의 좋아하는 책을 갖는 것보다 열 편의 독서노트가 '훌륭한 일'이라 가르친다.
이 바닥에 불고 있는 목적 없는 광풍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이쯤에서 고민 한 짐은 일단 내려 놓고.
단지 어린이 책을 구입하는 부모의 소비자적 입장에서 이 책이 재미있게 읽힐가는 모르겠다.
그러나
경쟁적으로 책을 대출하는 순간에, 아이의 글 읽기가 영 미덥잖아 불안한 순간에
쉼표가 되어줄 것 같긴하다.
"괜찮습니다"... 차원에서가 아니고.
"그게 다가 아니랍니다"...의 차원에서.
자연스러움은 언제나 조용히 제 길을 간다.
새로운 것들, 기발한 변형들은 잠깐은 눈길을 끌지만,
본질보다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면 요란한 빈수레이고 만다.
고전이 갖는 자연스러움은 은은한 힘으로 재미를 더하지만
지나치게 어긋나면 본전도 못 찾는 법이다.
옛이야기들도 그런것같다.
(아직은 배우는 중이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의 힘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를 시작점으로 삼을 때
이야기가, 문학이 주는 힘.
즉, 오랜 시간을 거치며 삶의 다양함과 인생의 진리를 담아왔기에
작품을 통해 그것들을 내면화하는 힘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지 싶다.
더불어 우리 옛이야기
종교와 상관없이 민담과 설화에 대한 관심이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키워본다.
좀 더 공부를 하고 이 얘기는 더 하지요.
사실 미국의, 아니 디즈니의 재창조로 우리에게 알려진 서양의 옛이야기들도
원전과는 이야기 흐름은 물론, 담고있는 생각도 참 많이 다르다는.
해서 디즈니 영화와 책을 반복하다보면 ( 혹, 그러다 이야기가 갖는 힘이 폭발적으로 영향이라도 끼치는 날엔)
우리의 아이들이 혹, 백인우월주의에 무의식적으로 길들여질수도 있다.
세번째 아기돼지의 용기와 모험정신보다는 그저 근면한 일꾼의 자세만 기억할 수 있다.
검열이라는 것은 수해자의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지만,
나 조차 달갑지 않은데 표현을 못할 뿐이지 아이들도 그럴 거라 생각된다.
작은 어른인 아이들에게 판단과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들을 믿는 마음으로.
잘 닦인 편한 길로 인도하기 보다, 세상엔 많은 길이 있음을 소개하는 것.
거기까지만 해주면 되지 않을까.
어른이라면 이 책을 읽기 바라는 마음은
지금의 어른 역시 옛이야기와 함께 자랐기 때문이다.
심청이는 효녀일까? 하며 의문을 제기하는 국어교과서로 옛이야기를 배우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을 찾아가는 수고까지 즐기며 재미있게 읽기도 했지만,
책임을 느끼니 이러다 정말 한 자도 못쓰겠다 싶지만,
가득차는 기분은 더욱 행복하다.
책은 항상 내게 이런 저런 행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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