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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7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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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이라는 이름은
어릴 적 우연히 본 신체 어딘가에 악마의 숫자가 적힌 영화 주인공의 이름이었고
청소년 추천 도서로 읽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소설의 제목이었다.
그런 책이 한 두권이겠냐만.
물고 물리며 이어지는 심오한 문장들,
뭔가 내가 분명히 놓친것이 있을 것만 같은 추측불가의 상징들.
너무나도 관념적인 덕분에 짧은 소설을 읽는데 걸린 시간은 왠만한 장편 못지 않았다.
여러번 읽는 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들었고
그래서 중간 이후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잠깐 딴소리지만, 많이 편해졌다고 생각하는데도 아직도 내가 나를 놓아야 할 일은 참 많은 것 같다.)
다행히 끝까지 읽.어.내.고. ......
성장이란 쉽지가 않다는 걸 다시 확인.
성장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게 그것인 줄 모르고 지나가는데, 또 하나의 우주적 질서인가보다... 그런 생각들.
가끔씩
그때도 이걸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
지금은 담담할 수 있는 일들에 그렇게 아파하고 힘겨워했던 어린 시간들을 되짚게 된다.
마음 한 켠이 아리다.
그 시간들이 있기에 지금의 담담함이 가능한건지도 모르지만,
그렇다해도 아린 마음에 그닥 위로가 되지는 않을것 같다.
주인공이 니체를 읽으며 지내던 때가 있다.
그는 그 시간을 이렇게 남겼다.
- 그러나 나는 자유로웠다. 나 자신을 위해 온 하루를 쓸 수 있었다. 교외의 오래된 낡은 집에서 조요하고
아름답게 지냈고, 내 책상 위에는 니체가 몇 권 놓여있었다. 니체와 함께 살았다. 그의 영혼의 고독을 느꼈다.
그를 그침 없이 몰아간 운명의 냄새를 맡았다. 그와 함께 괴로워했다. 그토록 가차없이 자신의 길을 갔던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이 행복했다.-
내가 그랬다.
어려운 문장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조금은 먹먹한 상태로 읽은 곳을 또 읽고 있었는데
그의 고독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꿈을 찾고 싶다는 열망과 꿈을 쫓고 있다는 그의 확신을 지켜보며
자기 자신 안으로 깊이 깊이 침잠하는 그 길이.
그 길이 그에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감동이었다.
정말 멋지다.
아.. 이래서 선생님들이 그렇게 데미안을 읽으라고 했구나.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
역사가 반복되듯,
내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도 이렇게 반복된다.
우스운 모양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돌고 돌아 감동의 순간이 내게로 왔다는 사실이 또한 행복하다.
이제 막,
헤세를 만난것과 다름이 없다.
무뚝뚝한 목소리이지만, 관심과 애정을 기대하게 만드는 소리이기도 하다.
인사를 나누고 나니, 그가 한 때 살았다던 어느 집의 풍경이 새삼 친근하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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