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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7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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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일상의 하나인 책 고르는 일이 중요한 의식이 된다.
2010년, 나와 만난 첫 이야기.
'영국'과 '여정'이라는 끌리는 단어들을 담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여행기이다.
작가는 1930년 7월에서 11월까지 영국문화원의 초청으로 영국에 머물렀고
다른곳에서의 시간들과 마찬가지로 그 시간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의 전집 중엔 여행기가 많다)
내겐, 한국의 1930년도 흑백인데, 영국의 1930년이라...
그가 밟은 푸른 섬은
전쟁을 눈앞에 둔 혼돈의 땅이었고,
기계와 문명의 노예가 되어버린 회색빛이었으며,
시드는 젊은이들의 기개를 탄식하는 노년의 학자가 있는 곳이었다.
필연의 역사를 지나온 사람들은
그 시간들 속에서 섞이고 변하면서도 지켜야 할 것은 잊지 않았다.
위대한 학자의 시선을 거쳐 내 앞에 놓인 푸른 섬과 그 땅의 사람들은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이다.
다행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외국체험기,여행기,에세이들과는 분명 다르다.
시절이 달라 흑백이기도 하지만, 낯설음에 영화 속 배경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꼭 시간과 빛깔 때문은 아닌 듯 하다.
땅을 만나 그 위에 세워진 건물이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의 지난 시간을 찾아간다.
사람들을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대화 속에서 사람을 알아간다.
나의 표현이 부족하여 특별한 방법이 아닌 듯 느껴지는데...
( 예상 못 한 깊이와 위엄에 눌려서 일까. 리뷰를 쓰는 동안에도 자꾸 작아지는구나... )
생각해보면 대화에서 나를 놓고 다른 사람을 찾기란,
굉장한 관심과 집중을 쏟아야 하는 일이다.
땅의 시간을 거르스는 것도 역사를 지식으로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통찰력을 휘릭- 발휘하여 더하고 빼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 일이고.
('통찰력은 준비된 정신에서 나온다'는 구절이 제대로 실감이 나는 작품이었다.)
전작들을 읽지 못해, 아리송한 부분도 많았고.
깊은 사유를 거친 그리스 학자의 이야기가 술술 읽힐리도 없었다.
인사 정도만 나눈 수준이라해도,
나로선, 한 뼘은 더 자란 것 같다.
부족함이 여과없이 느껴져서 마음이 급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단테와 셰익스피어를 읽어야겠다.
다음에 또 영국을 가게 된다면,
느리게 그리고 깊게 꼭 다시 읽어야지.
읽는 동안 어렵고 힘들어도 그 와중에 가슴은 벅차고
마지막 장을 덮고난 뒤의 시간이 더욱 기대되는
그런 매력적인 독서를 아는데...
2010년 시작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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