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그러나 나는 그 아이에 대한 내 기억도 신뢰하지 않는다. 그때를 하나하나 세세히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애를 나쁘게 또는 낭만적으로 묘사하기 쉽다. 그 애를 관념화해버리기 쉽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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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히 이해할만하다 할 수 있을까
나의 감정이입이 포개질 수 있을까
애초에 그게 가능하긴 할까.
나고 자란 땅에서 익숙하게 듣고 말하며
특정 시절에 감정적, 자발적 소수였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이너의 경험이 많지 않다.
어쩌면 모르고 지났을 어려운 일이나,
책을 처음 샀을 때와 달리 듣고 싶어 다가가니 어렵게 읽히지 않는
솔직한 글이다.
거침없다.
예술가들이 가진 날이 바짝 선 기운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두려움을 일으키는 근원이기도 하다. 그들의 시선을 거친 개인의 일상, 사회의 현상, 역사적 사건들은 새삼스러운 배움이 된다. 이민자들의 세계를 몰랐다. 낯선 세계란 동경하자면 아름다우나 살아가려면 누구든 대단해야 한다. 살아온 것 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다수의 끝에 빗겨난 모습으로 선다는 것, 다양한 중에 하나의 차이를 가진다는 것, 그러다 눈에 띄인다는 것, 그래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이 모든 구별은 특정할 수 없는 다수의 시선에서 비롯된 가름이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여전히 누군가일 뿐이다.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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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좌절 절망 트라우마 소외 무력 몰락 우월 폭력의 단어들이 차고 넘쳤으나
버겁지 않았다.
관념적으로 말하거나 생각하는 일은 실은 쉬운 선택인지도 모른다.
적확하고 단순한 하나의 단어를 꿰는 작업이 훨씬 고단한 것이다.
스펙트럼을 넓히라는 조언을 들은참에, 맞춤맞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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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탑 파티라면 놓치지 않는 셀럽이자, 국내선을 타고 하와이로 가 탑을 입고 해변을 걷는, 전세계 어디에도 있을 평안한 고양이 집사이자, 흥과 사람이 늘 넘치는, 사랑이자 자랑인 내 친구가 사는 미국은 부디 더 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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