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페루자로 달리던 기차에서
작고 하얀 아시시를 멀리 두고 보았다.
어딘가 묵은 사진 폴더에 하얀 벽돌 사진이 있을텐데.
당시의 피곤함, 긴 시간 이동하며 쌓인 여독을 잠시 모른체하며 미뤄두는, 그래서 언제 또 그곳을 찾게될지 모르니 힘을 내어 걸어보는, 성실한 여행자의 노련함도 경험을 풍요롭게 부풀릴 호기심도 그 시절의 나에겐 없었다.
이후로 종종 책, 그림, 흘러드는 이야기 속에서 아시시를 만나고 그 때마다 아쉬움이 들곤했다.
그 기차에서 내렸어야 했는데.
목적지 도착 시간이 조금 늦어지고, 두 배로 고단했겠으나 이후의 순간들에 얼마나 많은 감동이 덧입혀졌을까.
가지 못한 길은 영원한 아쉬움이 되어 어떤 기억보다도 강렬하게 살아남는다.
프란체스코 (오늘 설교에도 등장! )
한 사람의 생애가 시로 담긴 책이다.
위인전보다 와이 인물편보다 질기게 그를 생각하게 만드는.
시는
순간을 포착하고
시간을 통찰하지.
프란체스코의 삶을 시로 노래한 아름다운 보뱅.
책이야기/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