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이름을 건너며 나를 떼어놓기, 나로 부터.
어떤 이름은 쓰며 지낼만하고 또 다른 이름은 영원히 그립다. 평생 하나의 이름으로 사는 일은 자신을 세상에 각인하는 성실한 방법이지만, 그 시작이 자신으로부터 오지 않음이 내심 걸린다.
문 밖을 나설 때마다 달랐던 소녀의 선택은 신선했고 후련했다. 어떤 이름으로 기억할지 정할 수 없으나 무엇으로든 충분히 남겨지는 존재다.
늑대의 으르렁거림이 지켜낸 첫 밤처럼 아슬아슬하지만 온전하기에 다시 없을 시간들을, 이야기들을, 한 글자도 눈에 들지 않던 역병과 함께한 일주일을 끝내고서야 몽롱한채로, 허겁지겁 읽었다.
‘이름’은 오랜 화두다.
책 전체가 이름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 된다.
네 번째 보뱅이다.
나는 올해야 그를 만났는데, 그는 올해 세상을 떠났다.
사랑하던 그녀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깨워두었듯, 그 역시 문장들 사이에 남아 이야기를 더해가겠지.
책이야기/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