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절고, 발걸음이 전다.
그런 이들이 유독 문장을 지나는 눈길을 늦춘다.
뚜벅뚜벅 두 발이 같은 속도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새삼 느끼면서도, 실은 살면서 그렇게 나아가기보다는 절며 나아가는 일이 많지 생각한다.
한 사람의 생애가 한 문단으로, 단편의 글로 남는 신비를 본다. 그렇게 남겨진 생의 주인은 아쉬울까 그마저 다행일까.
글을 쓰기 시작한다는 나에게,
엄마는 무턱대고 나도 할 말이 많은데…라고 말했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써야하는 것 중에 엄마의 이야기가 있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엄마, 가족의 이야기는 제일 어려운 거야. 그 사람을 온전히 들여다보기 전에 내 감정이 자꾸 섞여서 방해를 할테니까. 나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라고 엄마가 맘 상하지 않길 바라며 꽁무니를 뺐다.
소설의 가족은 삼촌, 고모, 큰 아버지까지 이른다.
나에게 가족은 우리가족 뿐인데.
책에 대한, 작가에 대한 어느 정보도 없이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내년에는 윤성희 작가의 이야기들을 찾아 읽어야지 그런다.
에세이 메이트 들이 모두 나보다 한참 어려 망설임이 컸다. 괜히 시작했나 후회도 여러 번이었다.
날이 서 있는 시선에 기가 죽고, 자신을 기꺼이 보이는 문장에 용기를 잃었다. 자기 검열이 없는 자유로움이 부럽고, 세상의 일에 큰 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에너지가 낯설었다. 나에게 없는 것이 그들에게만 있고, 과연 내가 다르게 말할 수 있을지, 내가 하는 말이 의미를 가질지 자신이 없었다. 핑계를 찾기 시작하고, 핑계거리를 만들려고 꼼수를 부렸다. 그러다 소설에서 길을 찾는다. 한 사람의 생이 담기는 것이라면, 한참 어린 그들보다 내가 담을 수 있는 것이 좀 더 있지 않을까 한다. 나에게 있는 것을 본다.
출판과 동시에 천개의 이야기가 된다는 한 편의 소설.
이번엔 이 소설이 나에게 와서, 이런 이야기를 낳는다.
글은, 마음을 담은, 그래서 마음을 흔드는 글은 정말 멋지구나,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