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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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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소설 속 주인공들은 내가 아는 사람들 같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반쯤, 아니 반 이상 나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해하려 드는 순간 지는 쪽이 되고, 그마저 상관없어질 때 자연스레 이해하는 사람이 되는데, 끝이 그리 나쁘지 않으니까.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여긴다. 가끔은 나의 적당한 거리 유지 주의를 너른 마음인양 착각하는 게 아닌지 자기 검열도 하지만, 그럴지라도 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지. 상대가 얼마만큼 원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나는 내 마음을 그 이해위로 겹쳐본다. 때론 공감으로 일하기도 하고, 감정이입일 때도 종종 있는데, 대상이 가까운 이들일 때가 주로 그렇이 다. 공감과 감정이입이 요즘의 화두. 타인을 향한 나의 감정을 내가 어찌 다루는지..
애쓰지 않아도 ‘모든 일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는 말에 나는 종종 기댄다.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 내가 알지 못하는 경험 그래서 내가 영원히 알 수 없고 배울 수 없는 부분이 어떤 일에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야 할 때가 있다. 그 말을 새삼 떠올리면 가던 길을 멈출 수 있으므로. 그걸 다 알 수 없고 알고 싶어하도 어쩔 수 없다는 걸 나는 안다. 알지만 잊는다. 이유가 있는 이유가 보이는 그 이유가 들리는 어쩜 내가 착각한 이유일지라도 이런 이야기를 읽고나면 다시, 괜찮아지는 것이다. 나의 서두름도, 서투름도. —— (읽는 동안 메모) 더 많이 좋아한 사람의 마음이 더 오래 남는 법. 여전히 알고 싶은 질문이 남아도 차라리 내 쪽인 편이 나은 법. 이런 문장에 ‘법’이라는 표현이 적확하다 여기는 나의 기질이라니...
밝은 밤 아픈 사람 모두가 단 한 사람이라도, 단 한 순간이라도 조금씩은 위로를 안고 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눈물이 주르륵. 좋은 이야기다. 큰 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내게 무해한 사람 폐를 끼치는 삶이고 싶지 않다. 때문에 아이를 혼내게 되고 종종 외롭다. 그런데 가끔 내가 해를 입은 때를 돌아보면 가해자의 의도가 늘 악했던 것이 아니었고 뒤늦게라도 저마다의 이유를 이해하고 말았다. 그래봤자 나의 외로움은 여전했다. 나 역시 어디에선가 그런 의도 없는 그런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래보다 공무보다 나비에게 자꾸 마음이 간다. 제법 무딘 나같은 사람의 생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조금만 늦게 태어났으면 나았을까 소녀를 생각하니 안타까움에 애가 탄다. 단편 하나하나를 읽는 동안은 괜찮았는데, 이야기를 하나씩 접고 돌아설 때면 속이 상했다. 그런 날 밤에는 아빠가 나오는 꿈을 버겁게 꾸기도 했다. 살면서 늘 웃기를 바랄수 없지 웃는 일도 그저 사는 중 하나일뿐이니까 작가는 해야 했던 이..
쇼코의 미소 ​ 책 읽다 소리내서 엉엉 울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눈물이 많고 툭하면 울기는 해도 언젠가부터 소리내어 울지는 않았던 것 같다. 슬프고 서러운 문장을 만났기 때문도 아니었다. 몇 번의 울컥거림이 턱까지 차올랐다. 물을 마시고, 자리를 옮기고, 자세를 바꾸고 하며 잘 넘겼다. 여덟살 아이가 한글을 가르치는 즈음이었던 것 같다. 티슈 박스를 들고 들어와 앉은 때가. 내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다. 소유의 할아버지를 보내며 비로소 나는 내 아버지에 대해. 뜨개질한 모자를 선물하던 그녀의 엄마를 보며 나의 엄마에 대해. 이제는 한 번쯤 생각을 해도 되지 않을까, 그래야 하지 않을까 했다. 소설을 통해 그들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나는 이미 나의 부모로부터 한 발 떨어져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들을 향해 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