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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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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정세랑, 재밌는 이야기로 돌아오다. 길고 긴 여정에 절대로 식지 않을 애정으로 함께 따라 나선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나야나)
아라의 소설 세상의 소란을 빼놓지 않고 모두 밟고 지나간 부지런한 작가의 기록 이번엔 좀 짓궂은 느낌도.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읽고 옮겨 적으며 같은 마음은 한 번 더 담고 어떤 물음표는 가져온다. 필사 노트를 덮기 전 한 번 읽어보니 소설 아닌 에세이에서도 작가는 꼭 소설같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사랑과 사랑에 다름 없는 말들이 가득해. 변함없이 희망을 담고 있음도 여전히 좋다. 사진에서처럼 깊은 숲이 있는 마을을 본 적이 있다. 뭔가 이야기가 시작될 것 만 같던 숲을 오래오래 기억해야지 다짐했었다. 어디서든 이런 숲들은 눈에 띈다. 심지어 다른이의 기억속에 있어도.
이만큼 가까이 인간의 삶은 성장으로 채워진다. 성장의 방향이 꼭 위로, 앞으로, 오른쪽으로 향한다는 믿음에만 갇혀있지 않으면 어떻게든 자라난다는 사실은 신비로움이다. 결국 살아진다. 디테일이 근사하지만 쓸데없는 상상을 하는 일은 이런 삶에 꽤 도움이 된다는 걸, 노트에도 옮겨적고 여기에도 써둔다. 작가의 다른 장편들에 비해 초반에 좀처럼 책장을 넘기기 쉽지 않던 이유에 대해 생각 중이다. 실은 두 번째 시도만에 읽은 셈이니. (하지만 이것은 개인적인 미스테리. 소설은 재미있으며 정세랑 만세의 강도는 커지고 세지고 깊어만간다는!) 예고 없이 사라지는 사랑은 한 줄 한 줄 따라가는 내 손끝마저 절뚝거리게 만든다. 늘 진심으로 아프다. 버스에 탄 친구들의 표정과 시선이 저마다이고 어느 자리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 굳이 확인하..
섬의 애슐리 신혼 여행지였던 롬복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꿀맛 달나라, 허니문의 장소였으니까. 귀하디 귀한 대접을 받으며 몇가지 낯선 경험을 했는데, 둘째날인가에는 작은 배를 타고 나가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작은 배를 나와 그이, 안내를 맡은 현지인 딱 셋이서 타고 조금 떨어진 바다로 나갔다. 인어공주의 바닷속을 상상하고 나섰지만, 막상 바다 한 가운데 가서보니 나는 여전히 물이 두려운 사람이었기에, 물 속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 상황이 말도 안되지만, 그냥 돌아가는 건 더 말도 안되기 때문에 그이와 현지인은 바닷 속으로 들어가고 나는 그 바다 위에 떠있는 배에 남았다. 하늘 구름 바다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떠있는 작은 배 위에 반쯤 기대 누웠는데, 괜찮겠냐며 백 번을 묻던 그이의 걱정과 달..
덧니가 보고 싶어 이것은 장편인가 단편소설집인가 눅눅한 장마의 끝(이라지만 여전히 습습해). 소파에 길게 누웠다가 허리가 땡길 때까지 침대에 엎드렸다가. 용기의 변화와 재화의 탈출까지 다 보았어. 입을 꾹 다물게 되는 이야기였다. 으흐흐. 세상에 모지리들이 많지만, 숨 돌려도 될 만큼 좋은 언니들도 많다. 선이 언니가 그렇고, 세랑 언니도.!
시선으로부터 밤을 미루고 잠을 밀어둔 이런 시간을 보낸다. 첫 장을 펼쳐 가계도를 보는 순간 이렇게 될 것 같았는데... 오랫만에 밤에서 새벽으로 가는 시간을 깨어 건너는 중이네. 또 한 번의 근사한 이야기. 존재하지 않을 그녀를 어디서든 한 번 만날 것 같고, 내색을 최대한 자제하겠으나 너무 반가워할 것 같다. 이야기의 끝을 맞는 감정은 아쉬움을 넘어선다. 정세랑 만세!
목소리를 드릴게요 과제와 토론을 끝내고 가장 먼저 아껴두었던 정세랑 작가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번에 휘릭 읽어낼 줄 알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어 아껴가며 읽고 그렇게 5월의 마지막 날을 맞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평소에 잘 꾸지 않던 꿈을 두 가지나 꾸었다. 책의 내용이 꿈에 나오거나 하는 식이 아니라, 평소에 내가 생각않고 살던 일이 꿈에서 일어났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미치는 영향은 수용자 맞춤식인 걸까? 근사한 방법이었어. 이 책도 그렇지만, 책을 읽던 시간들의 공기가 오래 기억될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작가는 사람과 사람사이, 사람과 세상사이에 관심이 많은 사람같다. 호기심보다 애정이 큰 게 느껴지고. 나는 지금껏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도 벅찼고, 그게 해결되어야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 믿고 살아왔는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