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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1

이만큼 가까이

인간의 삶은 성장으로 채워진다.
성장의 방향이 꼭 위로, 앞으로, 오른쪽으로 향한다는 믿음에만 갇혀있지 않으면 어떻게든 자라난다는 사실은 신비로움이다.
결국 살아진다.

디테일이 근사하지만 쓸데없는 상상을 하는 일은
이런 삶에 꽤 도움이 된다는 걸,
노트에도 옮겨적고 여기에도 써둔다.

작가의 다른 장편들에 비해 초반에 좀처럼 책장을 넘기기 쉽지 않던 이유에 대해 생각 중이다.
실은 두 번째 시도만에 읽은 셈이니.
(하지만 이것은 개인적인 미스테리.
소설은 재미있으며 정세랑 만세의 강도는 커지고 세지고 깊어만간다는!)


예고 없이 사라지는 사랑은
한 줄 한 줄 따라가는 내 손끝마저 절뚝거리게 만든다.
늘 진심으로 아프다.


버스에 탄 친구들의 표정과 시선이 저마다이고 어느 자리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익숙한 자리가 있을 때의 안도와 그 무리의 존재가 나의 존재를 의미할 때의 벅찬 심정을 안다.
비슷한 시절 몰려다니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묻는다.
그 때 내가 나를 좀 더 잘 알았다면 그래서 그들에게도 나를 더 선명히 보일 수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을 추억들을 혼자가 아닌 여럿이 꺼내보고 있을까.

그래. 지나간 일이지.  
앞이 아닌 뒤를 바라보는 동안에도
나는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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