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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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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상상하는 모든 것이 실현되는 소설의 세계를 나는 정말이지 사랑한다. 아까워서 마지막 한 편은 남겨두었다. 아까워서. 다음에 처음부터, 처음 읽는 척하면서 다시 읽어야지. 너무 좋았다.
WHY WE LOVE 진화인류학자의 글을 읽고나면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 어제보다 조금 더 수월해진다. 실험과 결과, 과학까지 더해지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혀를 차는 일도, 연락처에서 지워낼 수 이들도 늘어가고. 인간에 대한 미움이 준다. 그래, 살아남으려고 그러는구나…하면서. 한편에서는 지금의 나를 이루는 감정과 생각들이 있는 그대로 위로받기도 한다. 내가 이해하려는 나도 수많은 인간 중의 하나이므로. 뇌과학의 한계없음에 사정없이 끌리는데 그 중 사랑을 다룬다기에 일부러 찾아 읽어보았다. 사랑 역시 한계를 알 수 없다는 건가요?! 공기 중에 제법 떠도는 그 말을 과학자의 방식으로 ‘밝혀‘준 덕분에 나는 속 편한 사람처럼 그러게 사랑이 최고지, 한다. 그래도 되는 세상에서 살고싶다. 그게 뭐, 하며 반문하는 이들과 눈 맞출 수..
어슐러 K. 르 귄의 말 작가의 이름을 제대로 말하게 되기까지 여러 차례 혀꼬임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책 소개라도 하는 날이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천천히 또박또박 연습을 하고 이름을 되내었다. 언제나 애정담아 정성껏 그 이름을 부르지만, 여전히 부를 때마다 한없이 낯선 이름. 내 이름은 하나인데, 나를 부르던 이름들은 제각각의 소리를 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나는 사춘기 시절부터 ‘이름’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들곤 했다. 가늘고 긴 선이 되어 내 머릿속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이름에 대한 생각들. 를 읽었을 때는 아마도 그 선이 가장 팽팽해졌을 때가 아닌가 한다. 마지막에 마법사의 진짜 이름이, 그러니까 그 순간이!!! 재미있는 이야기이고, 상상하고 또 상상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훌륭하지만, 그 작품은 오랫동은 혼..
2022 책갈무리 90권이 목표였는데, 넘쳐서 기쁘다. 많이 읽는 것보다 읽으며 즐거운 것이 더욱 의미있다 여기지만, 어느 때보다 많이 읽으며 나는 많이 행복했다. 책에 빠져사는 캐릭터는 안전하다. 다만 갇히지 않도록 즐겁게 읽고 총명하게 모아보자.
자식의 은혜를 아는 부모 그런 부모로 살고 싶은데, 부모이기 전에 자꾸 내가 솟아나니 어려운 것 같다. 좋은 부모가 되기 어려운 건, 노력하는 부모보다 지켜보는 자식의 평가가 답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을 가만두기 원하면서 예상치 못한 때에 완전한 사랑을 필요로 한다. 부모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싶은데, 생각처럼 잘 안된다. 노력은 하는데 결과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그 역할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평생 지혜를 구하겠지. 아이에 관한 예상과 계획은 언제나 다른 결과를 보이기에, 그러지 않으려고 불안하지 애를 쓰는데, 다만 하나의 짐작이라면 내년에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나와 다른 아이를, 키우며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속상함이 쉽게 그치지 않는 건, 아이도 쉽지 않았을 거라는 접고 접힌 마음이 내게 늘 남아있기 때문..
인생의 역사 평론은 평론이라는 단어부터가 심각한 모양이라, 시작이 쉽지 않은데 신형철 작가의 글은 비교적 읽기도 좋은데다 이번엔 표지가 박서보의 그림이라 (혹시 안 읽혀도) 갖고 싶었다. 난다 책의 만듦새는 고유의 단아한 분위기가 있는데, 이번엔 그림을 가리는 상자들이 조금 아쉽다. 아는 시들에 관한 글을 몇 편 골라 읽었다. 이런 글들을 언제까지 손에 들게 될까.
읽는 생활 그리고 읽고 쓰는 보편적인 시간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 되는 특별한 기록들. 둥글둥글 작가의 그림은 겨울에 더 잘 어울린다. 어느 서점의 무례한 홍보 문구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서 보란듯이 바로 구매해 읽었다😤 의심않고 있었는데, 책 세계 서점 세계라고 왜 그런 분탕질이 없겠어. 우리만의 착각, 혹은 간절한 바람이겠지. 더욱 단단한 마음으로 책세계를 지켜야지!
가벼운 마음 수많은 이름을 건너며 나를 떼어놓기, 나로 부터. 어떤 이름은 쓰며 지낼만하고 또 다른 이름은 영원히 그립다. 평생 하나의 이름으로 사는 일은 자신을 세상에 각인하는 성실한 방법이지만, 그 시작이 자신으로부터 오지 않음이 내심 걸린다. 문 밖을 나설 때마다 달랐던 소녀의 선택은 신선했고 후련했다. 어떤 이름으로 기억할지 정할 수 없으나 무엇으로든 충분히 남겨지는 존재다. 늑대의 으르렁거림이 지켜낸 첫 밤처럼 아슬아슬하지만 온전하기에 다시 없을 시간들을, 이야기들을, 한 글자도 눈에 들지 않던 역병과 함께한 일주일을 끝내고서야 몽롱한채로, 허겁지겁 읽었다. ‘이름’은 오랜 화두다. 책 전체가 이름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 된다. 네 번째 보뱅이다. 나는 올해야 그를 만났는데, 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