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이야기

(519)
단 한사람 와우! 나에겐 이소설이 마술적리얼리즘이다. 멈출 수 없는 이야기. 소설에 관한 어떤 소문도 듣지 못한채 읽기 시작했다가 둘이었다 하나가 된 나무 이야기에 놀라 어두운 밤 중에 창밖의 나무를 한참을 쳐다았다. 말을 걸 것 같아서. 같은 상황을 다르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건 몸도 마음도 너무나 분주해지는 일이다. ‘다름’이 애초의 초기 설정값이라는 걸, 나는 얼마나 더 읽고 보고 경험해야 더이상 놀라지 않으려나. 그 다름 때문에 세상의 많은 생명이 구해지고, 여러 삶이 보살펴지고, 그럼에도 불구한 일들이 일어난다. 포기와 단념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이유들이 피어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딱! 있지만 책을 읽을 이들을 위해 입을 닫아야하는 이 내 독후감이라니. 다음엔 구의 증명을 읽어야지. 놀라운 ..
오렌지 베이커리 우리동네 최고의 베이커가 스토리에 올린 것을 보고 담아두었더랬다. 베이커가 추천하는 베이커리 이야기! 시간에 따라 기술된 문장들은 그저 담담했고, 그럼에도 그 사이에 고인 눈물과 고단함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누군가의, 혹은 나의 매우 있을법한 오늘 이야기. 이 이야기를 읽는 모두는 앨이기도 키티이기도 할 것이니, 손을 심장 주변에 얹어둘 수 밖에 없는 저릿함이나 큰 숨을 몰아쉬게 되는 안도에 공감할 것이다. 요리라는 건 정말 강력한 힘이 작용하는 일인가도 싶다. 메뉴를 고르고 재료를 준비하고 맛을 그리고 바쁘게 손과 발을 놀리고 굽고 끓이고 볶고 섞어서 기어이 입에 넣고 싶은, 배고프지 않아도 어서 맛보고 싶은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다고 하게 되는 일은 ..
삶의 발명 신간으로 나오자마자 구입해두고 기다리던 여행을 위해 아껴두었다가 비행을 기다리며 첫 챕터를 읽기 시작해 여행의 마지막날 이른 아침에 마지막 장을 덮었다. 좋아, 완벽했어. 삶에서 나아감이란 알고 있었거나, 모르지 않던 것을 내 목소리로 인정해나가는 과정을 살 때 벌어지는 일이다. 애써 의식하거나 기꺼이 수고하지 않으면 그 과정을 실감하기도 실은, 쉽지가 않지만. 나를 위해 한 마디를 보태자면 이치와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는 의무를 새기기보다, 어차피 평생을 배워가야 하는 일이며 완성은 없다 여기자 하고나면 할 만도 한 것이다. 정혜윤 작가의 글은, 이야기는, 여러 번 말하는 것 같지만 나를 세상 속으로 끌어낸다. 나를 나의 세상 밖으로, 그러니까 당신들의 세상 속으로 끌어낸다. 나의 세상에 갇혀있다 여기지..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정세랑, 재밌는 이야기로 돌아오다. 길고 긴 여정에 절대로 식지 않을 애정으로 함께 따라 나선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나야나)
삶의 모든 색 이 책의 아름다움은 빛을 머금은 일러스트 자체에 있고 그림과 손잡은 문장들이 하나같이 우리 자신이라는 데 있다. 정말 아름다운 책이야.
미지의 걸작 김영하 작가가 들려준 발자크 평전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들던 차, 리스본의 책장에서 발견하고는 데려왔다. 표제작보다는 이 좀 더 재미있었다. 굴러떨어진 게 머리라니. 웃기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고, 역시 ‘재미’ 라는 건 양극을 달릴 때 극대화되는가 싶다. 소설이 재밌으면 읽고 나서 하고 싶은 말이 자꾸 생긴다. 한 편의 근사한 작품이 긴 여운으로 순간마다 영감을 불어넣듯이. 다들 훌륭하다 하는 인물에 대해서라면 미묘한 반감부터 가지면서도, (그래서 궁금하지만 바로 다음날 책을 사지 않았지. ) 발을 걸치고 나면 이렇게 쉽게 또 넘어가는 세상 쉬운 독자가 나다. 참나.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가능성은 막연한 미래의 일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희망이다. 과학의 영역에서 인간의 아름다운 변화와 적응을 서정시로 노래하는 문학같은 책. 김초엽의 소설로 충분히 예습(?)이 된 느낌.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뇌의 신비로움 손으로 꼽을 수 있는 명확함과 손에 잡히지 않을 무한함 사이를 경계없이 넘나드는 신비. 얼마전 아이가 부상을 당하고는, 크게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을 할 때, 내가 그랬다. 우리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고 대단해. 괜찮을 거야. 잘 나을 거고. 너의 몸을 믿고, 나을 수 있게 잘 쉬어보자. 그날의 그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대단한 우리다.
눈부신 안부 이번 소설의 제목은 내가 느낀 백수린 작가를 담았다. 평범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고개를 기울여 조금은 반짝이게 보이는 각을 찾아 그 때를 그 공간을 문장으로 다듬고 이야기로 엮는다. ‘파독간호사’는 다른 누가 뭐라든 내게는 용감한 여인들이었다. 슬픔을 전제로 한 단어들로 설명한들 그랬다. 독일로 간 사람만 그러할까, 여인들만 그러할까. 터전이라 여기는 곳을 뒤로하고 짐을 싸 밀고 나서는, 그 틈에 희망과 다정함을 잊지않고 챙겨 나서는, 과거가 된 그리고 미래가 될 삶은 모두 용기이지. 희망도 다정함도 스스로에게 먼저 건네기로. 그래도 좋겠다. 이모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은 푸근하다. 엄마랑은 다른 따뜻함이 있어. 나의 이모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