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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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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도구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던 자기계발서. 두고두고.
길잃기 안내서 그래도 좋지, 아무렴 그러하지 하는 말들은 언제고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필요하다. 일평생 안된다고 들어온 말이 실은 그래도 된다는 글로 내게 다가왔다. 길을 잃어도 좋음은 돌아올 곳에 대한 희망이 존재하니까. 잃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진실이니까. 가을 캠핑장에 쌓인 낙엽더미에서 숨겨진 지구의 언어를 찾아내는 상상. 공기 중에 떠돌던 기억이 글로 적히며 문장 안에 갇히더라도, 담담하게 나의 선택을 인정하는 상상. 하나의 사랑이었다가 둘 이상의 사랑이 되어 헤쳐되어도 떨어져나온 조각들에 후회가 비쳐도 그러모아 모두 차마 간직하는 상상. 진지한 낭만에 반했다. 리베카 솔닛을 읽으려면 엄청 비장해야 하는 줄 알고 미뤘는데, 아니었어. 역시 직접 겪어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 인생🤪 지금이라..
아라의 소설 세상의 소란을 빼놓지 않고 모두 밟고 지나간 부지런한 작가의 기록 이번엔 좀 짓궂은 느낌도.
펀자이씨툰 연필심이 닳을 때까지 때론 진하고 때론 옅게 삶은 이어진다. 펀자이씨툰의 역사는(?) 오래 되어 내가 알게 되었을 땐 이미 꽤 유명한 인스타툰이었지만,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힘을 내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그저 내가 만난 시점부터 행복하게 툰을 따라가면서. 작가가 가진 멋진 재주가 먼저 보였다. 부러웠고. 지금은 작가가 하는 이야기들에 위로받고 가끔은 조각난 하루를 메꾼다. 두 권의 책이 동시에 나오는 바람에, 어느 하나 내려 놓지 못해 가뜩이나 가득찬 장바구니에서 안절부절 하던 중이었는데, 책 상품권을 선물받아 바로 결제. 책이 가진 물성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나를 따뜻하게 데워줄 문장들을 언제고 펴볼 수 있음은 정말 최고다. 이고지고 살아야지. 연필을 들고 책 읽는 것을 좋아..
이세린 가이드 책을 읽고나니 식당의 음식 모형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영역을 가까이 읽게 만드는 만화는 즐겁다. 아이가 더 재밌게 읽은 책. 주인공 (과 가족) 빼고는 머리카락 없는 거 너무 귀엽 ㅋㅋ
레이디 맥도날드 해피밀의 장난감을 구하러 자주 가던 정동 맥도날드. 이런 얘기를 어렴풋이 들은 것도 같은데 그이의 기억은 제법 구체적이었다. 소설을 읽고, 방송도 찾아보았다. 소설과 실제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아 그녀의 목소리 내뱉는 말들 손 동작을 읽고 또 보니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자기만 아는, 공감을 얻지 못한 세계를 지켜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름답다고 여겨 그렇게라도 지키려 든 것일텐데 그녀가 가진 방어막은 트렌치 코트 하나였다. 얇디 얇은. 나는 제 운명이지 자기 선택이지 하며 편히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무언가 조금은 해야할 것 같은 불편한 마음이 생긴다. 살고 있다면 나이가 든다. 노년의 삶을 떠올리는 것은 두렵지만, 그 시간으로 가는 지금, 나는 어떤 마음이든 품을 수 있다. 부디 나만의 세계를 누리되,..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세상을 배우고 헤쳐나가야 한다는 태어난 이후 줄곧 존재하던 의무는 나의 세계를 탐구하고 싶은 욕망을 자꾸 뒤로 미루게 만들었다. 다양한 경험과 가리지 않는 만남만이 글쓰기의 답이 될 것이라는 I에게 벅찬 숙제도 그랬고. 용기를 내어야겠다. 나를 둘러싼 나를 설명하는 기준들을 뒤로하고 내가 보는 나를 좀 더 긍정하도록. 그리고 이제 그냥 해봐도 되겠다. 그게 무엇이든. 겁내지 않아도 될 일은 그림 그리는 것 뿐이 아니지. 그런 얘길 주고 받을 수 있는 씩씩한 친구가 생긴 것 같다.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사랑 마음 계급 혐오 소수 약자 기억 그리움 비밀 추리 얼굴 변화 모정 믿음 폭력 나쁜손 역사 소외 약속 빈자리 겹겹이 얽힌 이야기들이 어느 것 하나 가벼이 넘길 수 없고 더이상 그래서도 안되니 힘겹게 읽는다 멈출 수 없었고 내내 속이 탔다. 이 일들은 소설일까. 진짜 소설은 책 밖에 있다는 말이 맞아. 과정이 어떠했을까 짐작도 안되지만, 꿋꿋하게 이 작품을 써 낸 작가의 수고를 알 것도 같다. 연정의 모정도 셜록의 순정도 너무 아팠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