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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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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죽음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든다. 아주 먼 미래의 인간 아닌 존재들, 그들을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을 다 빼고나면 남은 이들끼리 사람이라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작가가 자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새롭고 인상적이었는데,이 책을 읽으며 깊은 생각들의 시간을 짐작하게 된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 이미 동의했지만 기술의 도움으로 장애와 불편을 극복하고 편의를 얻은 우린 이미 어떤 의미의 인간을 넘어서고, 지나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이용은 현재 일부에게 특권이지만. 극복의 단계를 넘어 향상(혹은 영원)을 목적으로 하고 몸의 일부를, 정신의 일부를 자발적 의지로 고쳐 단다면 그런 이들을 빼고 사람이라 부르게 될까. 이런 저런 질문들, 하염없이 떠오르는 생각들. 과학의 끝은 윤..
사랑하는 소년이 얼음 밑에 살아서 기다리던 한정원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문 앞에 도착한 상자를 들어올릴 때부터 마음은 달리는데 손길은 가능한 조심스러워졌다. 물기가 살짝 맺힌 표지를 마른 천으로 닦은 뒤 방학을 누리느라 침대 위를 뒹구는 아이 곁으로 갔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작가의 첫 책 이 얼마나 멋진지를 한참 늘어놓은 뒤 책 장을 펼쳤는데. 예상(실은, 있는 그대로를 읽고 싶어서 예상도 안하려고 애썼지만) 밖의 첫 장에 울컥해버렸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사람의 시는, 시마저 남다르다. 마침 아이도 관심을 보여 나는 시극에 대한 소개도 하고 나의 작가를 자랑도 할겸 낭독을 시작했다. 앞에 몇 장만 들려주려 했는데 꼬박 한 시간을 마지막까지 같이 갔다. 숨을 고를 수 밖에 없는 때에, 마침 암전이 찾아왔고. 소년과 소녀의 여정은 많은..
이토록 평범한 미래 상상하는 모든 것이 실현되는 소설의 세계를 나는 정말이지 사랑한다. 아까워서 마지막 한 편은 남겨두었다. 아까워서. 다음에 처음부터, 처음 읽는 척하면서 다시 읽어야지. 너무 좋았다.
WHY WE LOVE 진화인류학자의 글을 읽고나면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 어제보다 조금 더 수월해진다. 실험과 결과, 과학까지 더해지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혀를 차는 일도, 연락처에서 지워낼 수 이들도 늘어가고. 인간에 대한 미움이 준다. 그래, 살아남으려고 그러는구나…하면서. 한편에서는 지금의 나를 이루는 감정과 생각들이 있는 그대로 위로받기도 한다. 내가 이해하려는 나도 수많은 인간 중의 하나이므로. 뇌과학의 한계없음에 사정없이 끌리는데 그 중 사랑을 다룬다기에 일부러 찾아 읽어보았다. 사랑 역시 한계를 알 수 없다는 건가요?! 공기 중에 제법 떠도는 그 말을 과학자의 방식으로 ‘밝혀‘준 덕분에 나는 속 편한 사람처럼 그러게 사랑이 최고지, 한다. 그래도 되는 세상에서 살고싶다. 그게 뭐, 하며 반문하는 이들과 눈 맞출 수..
어슐러 K. 르 귄의 말 작가의 이름을 제대로 말하게 되기까지 여러 차례 혀꼬임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책 소개라도 하는 날이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천천히 또박또박 연습을 하고 이름을 되내었다. 언제나 애정담아 정성껏 그 이름을 부르지만, 여전히 부를 때마다 한없이 낯선 이름. 내 이름은 하나인데, 나를 부르던 이름들은 제각각의 소리를 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나는 사춘기 시절부터 ‘이름’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들곤 했다. 가늘고 긴 선이 되어 내 머릿속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이름에 대한 생각들. 를 읽었을 때는 아마도 그 선이 가장 팽팽해졌을 때가 아닌가 한다. 마지막에 마법사의 진짜 이름이, 그러니까 그 순간이!!! 재미있는 이야기이고, 상상하고 또 상상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훌륭하지만, 그 작품은 오랫동은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