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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3

사랑하는 소년이 얼음 밑에 살아서


기다리던 한정원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문 앞에 도착한 상자를 들어올릴 때부터
마음은 달리는데 손길은 가능한 조심스러워졌다. 물기가 살짝 맺힌 표지를 마른 천으로 닦은 뒤
방학을 누리느라 침대 위를 뒹구는 아이 곁으로 갔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작가의 첫 책 <시와 산책>이 얼마나 멋진지를 한참 늘어놓은 뒤
책 장을 펼쳤는데.
예상(실은, 있는 그대로를 읽고 싶어서 예상도 안하려고 애썼지만) 밖의 첫 장에 울컥해버렸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사람의 시는, 시마저 남다르다.

마침 아이도 관심을 보여
나는 시극에 대한 소개도 하고 나의 작가를 자랑도 할겸 낭독을 시작했다. 앞에 몇 장만 들려주려 했는데 꼬박 한 시간을 마지막까지 같이 갔다.


숨을 고를 수 밖에 없는 때에, 마침 암전이 찾아왔고.
소년과 소녀의 여정은 많은 이들을 떠올리게 했으며.
아팠고.
위로와 평안이 깃들었다.

아이는 가만히 뒤척이며 마지막까지 함께했고,
눈물이 터진 나를 놀리기도 했지만.
예쁜 시라고 말해주었다.


이 작은 책을 손에 든 이들이
소리내어 읽기를, 그 소리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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