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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도날드 해피밀의 장난감을 구하러 자주 가던 정동 맥도날드. 이런 얘기를 어렴풋이 들은 것도 같은데 그이의 기억은 제법 구체적이었다. 소설을 읽고, 방송도 찾아보았다. 소설과 실제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아 그녀의 목소리 내뱉는 말들 손 동작을 읽고 또 보니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자기만 아는, 공감을 얻지 못한 세계를 지켜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름답다고 여겨 그렇게라도 지키려 든 것일텐데 그녀가 가진 방어막은 트렌치 코트 하나였다. 얇디 얇은. 나는 제 운명이지 자기 선택이지 하며 편히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무언가 조금은 해야할 것 같은 불편한 마음이 생긴다. 살고 있다면 나이가 든다. 노년의 삶을 떠올리는 것은 두렵지만, 그 시간으로 가는 지금, 나는 어떤 마음이든 품을 수 있다. 부디 나만의 세계를 누리되,..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세상을 배우고 헤쳐나가야 한다는 태어난 이후 줄곧 존재하던 의무는 나의 세계를 탐구하고 싶은 욕망을 자꾸 뒤로 미루게 만들었다. 다양한 경험과 가리지 않는 만남만이 글쓰기의 답이 될 것이라는 I에게 벅찬 숙제도 그랬고. 용기를 내어야겠다. 나를 둘러싼 나를 설명하는 기준들을 뒤로하고 내가 보는 나를 좀 더 긍정하도록. 그리고 이제 그냥 해봐도 되겠다. 그게 무엇이든. 겁내지 않아도 될 일은 그림 그리는 것 뿐이 아니지. 그런 얘길 주고 받을 수 있는 씩씩한 친구가 생긴 것 같다.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사랑 마음 계급 혐오 소수 약자 기억 그리움 비밀 추리 얼굴 변화 모정 믿음 폭력 나쁜손 역사 소외 약속 빈자리 겹겹이 얽힌 이야기들이 어느 것 하나 가벼이 넘길 수 없고 더이상 그래서도 안되니 힘겹게 읽는다 멈출 수 없었고 내내 속이 탔다. 이 일들은 소설일까. 진짜 소설은 책 밖에 있다는 말이 맞아. 과정이 어떠했을까 짐작도 안되지만, 꿋꿋하게 이 작품을 써 낸 작가의 수고를 알 것도 같다. 연정의 모정도 셜록의 순정도 너무 아팠다 나는.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작가의 작품에는 가까이 보아 예쁜 걸 알게되거나 멀리 두어 품게 되는 장면들이 들었다. 어떤 작품들은 그 자체를 누리는 것으로 충분해, 창작자 개인에 대해 알기를 애써 피한다. 내가 접하는 건 한 인간이 가진 일면임에도 열렬히 감탄하거나 결국엔 실망하게 될까봐. 금사빠 독자의 자기 보호다. 오랜 시간 응원한 작가님이었지만 이제야 그의 글을 읽게 된 이유이고. 이름마저 특별한 정멜멜 작가의 사진을 보면, 나만의 고유한 느낌을 유지하고 프레임 속 나름의 엄격한 질서도 즐기고 싶다 생각한다. 자꾸 사진을 찍게 돼. 작가의 글은 쓰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 나에게도 분명히 있는 실패와 감추고 싶은 경험을 담담하게 기록하며 굳이 의미를 찾아 부여하지 않아도 단단한 의미로 남을 시간을 되찾을 수 있게 말이다. 예..
애쓰지 않아도 ‘모든 일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는 말에 나는 종종 기댄다.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 내가 알지 못하는 경험 그래서 내가 영원히 알 수 없고 배울 수 없는 부분이 어떤 일에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야 할 때가 있다. 그 말을 새삼 떠올리면 가던 길을 멈출 수 있으므로. 그걸 다 알 수 없고 알고 싶어하도 어쩔 수 없다는 걸 나는 안다. 알지만 잊는다. 이유가 있는 이유가 보이는 그 이유가 들리는 어쩜 내가 착각한 이유일지라도 이런 이야기를 읽고나면 다시, 괜찮아지는 것이다. 나의 서두름도, 서투름도. —— (읽는 동안 메모) 더 많이 좋아한 사람의 마음이 더 오래 남는 법. 여전히 알고 싶은 질문이 남아도 차라리 내 쪽인 편이 나은 법. 이런 문장에 ‘법’이라는 표현이 적확하다 여기는 나의 기질이라니...
공부의 위로 한발 더 앞으로 한 뼘 더 깊이 들어간 지적 사유를 향유하는 사람. 너무 멋지고 부럽다. 배우고 싶다는 열망은 원초적이나 깨우는 사람이 드물고, 학생의 미래를 기대하며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는 일은 실은 로또보다 더한 행운이 필요한 일이다. 그 둘이 시간을 딛으며 꾸준히 이어지면 이런 글에, 이런 삶에 닿는다. 작가의 sns 를 팔로우하고 있다. 거의 날마다 식판 사진과 일기같은 기록을 남기는데 직장인의 일상이지만 어느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렇게 잘 보낸 하루들이 쌓이는 이유는 작가가 잘 읽고 쓰고 ‘생각하며’ 살아왔가 때문이구나.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이유,를 보여주는 가장 설득력 있는 모습이다. 왜인지 작가는 이런 표현에 머쓱해할지도 모르지만🙃 보기 좋았고, 어느 것에도 방해받지 ..
유원 20대 중반 사회생활을 막 시작해 한창 친구 아닌 사람들과 긴 시간을 보내던 시절. 옆 책상에 앉은 이에게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나쁜이가 나에겐 그런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배웠다. 그러는 중에 먼저 알게 된 이를 향한 죄책감 배신감 의구심을 품기도, 새 사람을 보면서도 비슷한 감정들을, 그러다 나 자신에 대해서마저 온갖 감정에 휘말리고 나서야 결국 사람은 내가 직접 겪어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론은 이후로 나의 인간관계를 지배해왔지만, 나만의 결론이기에, 어울려야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늘 명쾌하진 않다. 다만 나는 그래도 결국엔 내가 직접 겪으면 ‘괜찮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런 희망을 품고 있는한 어떤 사람이든 결국 바라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고. ..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9월을 맞아 (모든 일의 이유가 9월이라서) 오랜만에 그림책을 한 권 사보았다. 보고 또 보던 페이지는 독일. 내게는 한없이 낯선 외국어이지만, 그 언어가 몸 속에 흐르는 사람들만이 아는 의미를 품은 단어를 소개받으니 낯설음을 걷어내고 가까이 알고 싶다. 이국에 대한 상상은 한껏 부풀어 오르고. 우리말에도 근사한 단어가 많으니 작가가 제 2권을 준비하고 있다면 한국어가 들어갈 것이고, 그렇다면 “결” 을 추천합니다. ‘규칙적으로 다가오거나 물러나는 모양. 안정된 분위기와 편안한 흐름을 그리’는 단어이니까요. 표현하고자 하는, 그래서 말 안에 의미 이상을 담고자하는 노력의 흔적은 모든 인간이 처음부터 예술가라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 언어가 더욱 아름답다.